지난 1965년 국내 최초의 과학기술정부출연연구소로 문을 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올해로 창립 40돌을 맞는다. 40년 세월은 KIST 뿐 아니라 우리나라 현대 과학의 역사를 상징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오랜 기간 오로지 연구에만 한 우물을 파 온 한 여성 과학자가 있어 화제다.
박송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61)는 KIST가 설립된 이후 1968년 3월 공채 1기로 선발된 연구원이었다. 그때부터 지난해 말 정년퇴임 하기까지 꼬박 37년 9개월 20일을 KIST 연구실에서 보낸 최장수 연구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KIST 뿐 아니라 우리나라 출연연 최초로 여성 초빙 연구위원에 위촉됐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푸 갈아치우는 비결에 대해 묻자 “내가 잘했기보다는 좋은 연구소에 들어온 덕분”이라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60, 70년대만 해도 여자가 사회 생활하기 힘들었던 시대이지만 연구실에서만큼은 남녀 차별이 없었습니다. 선후배 과학자 연구원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연구했기 때문에 남녀랄 것 없이 힘든 과정을 함께 이겨내며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7년 여 간 일 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기억으로는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때 화학전문가로 약물검사에 참여했던 일을 꼽았다. 박 위원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85년 서울 삼성동에 국제도핑컨트롤센터가 생기자 이곳으로 파견돼 약물검사를 맡았었다.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약물검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공로로 86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97년 환경의 날 기념 국민포장과 2003년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등 각종 훈포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또 박 위원은 국내 수질분석 연구 분야에서 알아주는 최고 권위자다. 정년 퇴임 직전까지 현장에서 환경오염물질 연구 책임자를 맡았다.
“10년 이상 전국 대표 정수장 35군데를 매년 4차례씩 돌며 물을 떠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지 않은 먹는 물 감시 물질을 찾아내는 일을 반복해 왔습니다. 아직까지도 환경부에서 식수 기준을 정할 때 우리 데이터가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연구원으로는 꽉 찬(?) 61세 정년을 마치고 나면 더 바랄게 있을까. 그러나 그는 KIST에 남아 후배들을 뒷바라지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연구위원직을 선택했다. 그는 “아직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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