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IT 핫 이슈](4)통-방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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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방송 융합 환경이 본격 개막하면서 새해에는 양대 영역의 주도권 경쟁도 한층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통신사업자로 대변되는 범 통신업계와 지상파방송사·종합유선방송(SO) 등이 주축인 방송업계가 대립하고 있고, 각각 규제기관인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도 정책 관할권을 놓고 더욱 치열한 우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올해부터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정국이 시작되면서 정치권도 더욱 적극적으로 가세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회 과기정위와 문광위 일각에서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통신·방송 융합 관련 법제화 작업에 나선 것이 그 신호탄이다. 올해에는 법제화 향방을 놓고 전면전으로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들어 첫 분수령은 2월 임시국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쟁점은 IPTV 조기도입 여부와 구체적인 방안이다. 이미 국회 문광위 소속 김재홍 의원은 지난해말 ‘IPTV·와이브로를 방송으로 규정하고 규제한다’는 내용의 개정 입법안을 발의했다. 방송계를 대변한 이 개정안은 IPTV에 대해 △방송위원회 허가사항 명시 △지역사업권제도 도입 △지분제한 규정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동일한 기준 △사업자로부터 방송발전기금 징수 등을 담고 있다.

 이에 앞서 과기정위 유승희 의원은 IPTV 등 융합서비스 조기 도입을 위해 한시적으로 ‘정보미디어감독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법 신설안을 제한 바 있고, 이종걸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IPTV 특별법’을 제안했다. 과기정위 소속 이들 의원들의 법안은 통신·방송 통합규제정책은 추후 논의하되, 신규 융합서비스 조기 도입이 우선이라는 취지는 공통적이었다.

 지난해말까지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하던 양측의 대립구도는 정보통신부가 가칭 ‘광대역융합서비스(BAVS)법안’ 추진방침을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법안은 IPTV를 비롯해 앞으로 등장할 와이브로·WCDMA 등 차세대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의 조기 도입을 위해 △사업자 허가 등 사전규제를 최소화하고 △방송위·정통부의 공동 관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한 규제 완화 등 통신·방송계의 핵심 쟁점들을 절충했다.

 범 통신시장을 대변하는 정통부의 광대역융합서비스 법안에 대응, 방송위도 새로운 통합규제 정책의 대안을 마련중이며 연초 신규 법안을 가시화하면서 본격적인 정책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IPTV를 필두로 신규 통신·방송 융합산업의 새로운 규제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2월 임시국회를 겨냥한 양측의 전면전이 새해 벽두부터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에서 통신·방송 융합규제정책의 향방은 물론이고, 최소한 IPTV 도입 방안이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향후 통신·방송계의 주도권 경쟁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공산이 크다.

 2월 임시국회의 IPTV 현안과 직접 맞물려 있는 쟁점이 범 SO 진영의 인터넷전화(VoIP) 컨소시엄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의 VoIP 사업권 획득 여부다. 지난해말 KCT는 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로부터 한차례 사업권 허가 유보 결정을 받은 바 있으며, 2월 임시국회를 전후해 재심의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사업권 허가 유보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통신업계의 방송시장 진출이 가로 막혀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업자의 통신사업 진출을 허용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통신업계의 IPTV 사업 진출이 장벽에 부딪혀 있는데 SO 사업자의 통신사업인 VoIP를 일방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오는 2월 임시국회를 전후해서는 통신·방송 시장의 가장 큰 현안인 IPTV와 VoIP 사업 진출 여부를 놓고 양측이 일정부분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정책적 변수외에 새해에는 신규 융합서비스를 둘러싼 통신·방송계의 시장 이슈들도 널려 있다. 신규 융합서비스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양측이 서로 힘을 모으기도, 때론 적지 않은 갈등도 빚을 전망이다. 당장 이달 첫주부터 휴대폰 겸용 지상파 DMB 단말기가 본격 보급되면서 그 서막을 알린다.

 방송진영의 6개 지상파DMB 사업자들은 3개 이동통신 사업자의 단말기·유통망을 등에 업고 이동통신 멀티미디어 시장에 진출한다. 기존 EVDO 서비스와 상반기중 출시될 와이브로·HSDPA 등 신규 멀티미디어 통신 서비스와 상당부분 경쟁구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위성DMB도 그동안 경쟁관계로 여겨졌던 지상파 DMB의 시장진입과 더불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가 중심이 된 지상파DMB 서비스가 상용화된 만큼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어왔던 지상파 프로그램 재전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IPTV·VoIP 등 정책 이슈가 걸려있는 쟁점사안을 제외하더라도 SO 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척되고, 휴대이동방송 서비스의 데이터 방송이 가시화하면 통신·방송 융합시장은 그 저변에서부터 또 다른 경쟁구도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케이블 전환으로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IPTV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데다, DMB 데이터방송도 양방향 통신 서비스 환경을 갖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해 통신·방송 진영의 주도권 경쟁전은 빠르면 1분기, 늦어도 상반기중에는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최대 이슈인 IPTV·VoIP 현안이 2월 임시국회를 기점으로 그 향배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통신·방송 융합규제 정책의 밑그림도 어떤 식이든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모든 정책이슈들에 대해 결론을 보지 못한채 2년뒤 차기 정권으로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답보상태에 빠진 통신방송 통합규제기구 설립 논의가 새해에도 이렇다할 진척을 보지 못할 공산이 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워낙 논란이 많은 이슈인 탓에 본격적인 선거정국에 들어가면 정치권이나 관련 기관·부처들도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규 통신·방송 융합서비스 시장이 제도적 걸림돌에 발목이 잡혀 기술과 시장수요를 활용하지 못한채 결국 시간만 허비할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통방융합 서비스

새해 새롭게 등장하는 통신·방송 융합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서비스는 지상파DMB다. 6개 지상파DMB 사업자들은 3개 이동통신 사업자들을 통해 새해 첫주부터 휴대폰 겸용 지상파DMB 단말기를 본격 출시한다. 지금까지도 이동통신사업자들과의 수익모델 확보 문제로 논란이 식지 않고 있지만, 진통끝에 첫 선을 보이는 만큼 시장의 관심은 크다.

 LG텔레콤을 시작으로 이번주부터 KTF도 지상파DMB폰 유통에 나설 계획이고, SK텔레콤도 3월께는 지상파DMB폰을 보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지상파DMB 폰이 올해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몰이를 할 아이템으로 주목하고 있다.

 위성DMB도 그동안 난항을 겪어왔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재전송 문제를 곧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새로운 시장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가입자 37만명을 확보한 티유미디어의 위성DMB 서비스는 지상파 재전송이 가능해지고 하반기 데이터방송 등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면 올해 가입자 100만명 고지에는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는 4월로 예정된 3세대 이동통신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는 이동통신 업계의 융합서비스를 가늠케 할 전망이다. 실시간 방송까지는 수용하지 않더라도 기존 EVDO 기반 멀티미디어 서비스 용량을 대폭 끌어올림으로써 한층 다양한 광대역 콘텐츠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6월경 첫 상용화를 앞둔 와이브로도 주목받는 신규 서비스다. 와이브로는 최대 대역폭이 20Mbps급에 달해 사실상 제한없는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하다. 화상전화는 물론이고 인터넷(IP) 기반아래 실시간 방송은 물론 각종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지원한다.

 이밖에 아직은 제도적 난관에 봉착해 있지만 IPTV나 SO 진영의 인터넷전화(VoIP)가 등장하면 통신·방송업계의 독자적인 트리플플레이(TPS) 환경이 갖춰질 예정이다. 유선통신사업자들은 기존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에 IPTV를 결합상품으로 선보일 수 있게 되고, SO들은 케이블TV·초고속인터넷에 VoIP를 묶어 출시할 수 있는 것이다.

◆IPTV 해외 사례­비교적 규제 덜해

IPTV 서비스는 해외에서는 상용화된 사례가 적지 않다. 우리처럼 정부 부처가 나서고, 국회가 나설만큼 이해 당사자간 이견이 첨예하지 않기 때문이다.

 ‘IPTV’란 명칭은 미국에서 유래됐다. 유럽은 ADSL TV, 일본은 브로드밴드 방송으로 사용된다. 우리는 방송시장 진입이라는 민감한 이슈인 점을 고려해 KT를 중심으로 IP 미디어란 호칭이 사용되고 있으며, 정보통신부 등 일각에선 인터넷주문형콘텐츠라는 의미의 ‘iCOD’라는 이름도 사용한다. KT 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IP TV는 유럽을 중심으로 2002년 시범서비스에 이어 2003년 상용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이미 사업 모델을 검증받은 통방융합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꼽힌다.

 맥킨지가 지난해 발표한 IPTV 관련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페스트웹사의 경우 브로드밴드 가입자 37만명중 40% 달하는 16만명의 가입자가 ADSL TV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홍콩 PCCW나 프랑스텔레콤도 각각 42만명, 45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모두 지난 2004년말 기준 조사 결과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1억900만명이 넘는(2004년말 기준) DSL 가입자가 IPTV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PTV에 대한 규제정책의 경우 OECD에서는 네트워크와 서비스에 대한 수평적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IPTV 허가를 유도하고 있다. 또 통신과 방송영역에 대한 수평규제 원칙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함꼐 통방 융합에 따른 규제기관 통합은 규제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보다 명확해진 후 논의하되, 각국의 전통적인 규제기관간 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작년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영국 BT의 경우 일부에서 자체적인 방송프로그래 제작 가능성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IP TV 사업 계획 발표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규제 논의도 되지 않고 있어 ‘선 서비스 후 규제’라는 유럽 지역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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