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새해는 인터넷 윤리 교육의 원년

 새해가 밝았다. 오늘 뜬 태양이 어제의 그것과 다르지 않겠지만 ‘2006’이라는 숫자에는 새로움에 대한 소망과 열정이 담겨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문화를 현장에서 챙겨야 하는 데스크로서 새해 소망 리스트를 작성했다. 분야별로 생각나는 내용들을 무작위로 썼다가 중요한 순서로 다시 나열했다. 우선 순위의 첫번째 항목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동안 고민 끝에 ‘건강한 인터넷’을 최우선 과제로 올려 놓았다.

 연초부터 건강한 인터넷을 화두로 던지는 까닭은 역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인터넷과 게임의 청소년 중독 실태와 같은 우울한 수치를 나열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익명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폭력은 우리 사회의 ‘4대 폭력’으로 꼽힐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P2P나 와레즈 사이트를 통한 불법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은 전통적인 문화산업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려면 주변 환경에서 병원균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몇 해 동안 전자신문과 산업계 등이 중심이 돼 펼쳐 온 ‘클린 인터넷’ 운동은 적절했다. 응급치료가 끝났다면 이제는 환자의 면역력을 길러 주고 생활 습관을 바꿔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는 2단계 처방이 필요하다. 이용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게 하고 유해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자율성을 길러 건강한 인터넷을 향유토록 해야 한다.

 건강한 인터넷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은 네티즌에 대한 계몽과 교육이다. 특히 초·중·고 미래 꿈나무들의 교육이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정부와 유관 기관 및 단체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윤리교육 강화를 골자로 한 ‘2006년 사업 계획’을 내놓고 있다. 정보통신부를 비롯해 한국정보문화진흥원·정보통신윤리위원회·한국정보처리학회 등이 앞서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함께 만든 ‘ICT 교육 활용지침’은 인터넷 윤리 교육을 공교육에 포함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컴퓨터 활용 능력 위주로 짜인 그동안의 초·중등학교 정보통신 교육의 틀을 바꿔 정보통신윤리교육을 비롯해 건강한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치겠다는 생각이다.

 건강한 인터넷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도 나왔다. 정보통신부가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공동 개발한 중·고교용 교과서 ‘정보통신윤리’는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위해 지켜야 할 사이버 예절, 개인정보 보호, 올바른 인터넷언어 사용, 지혜로운 인터넷 쇼핑 등을 다루고 있다. 비록 학교의 재량에 따라 인터넷 윤리 과목을 선택(재량활동)하는 형태지만 새해가 인터넷 윤리의 공교육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말 마련한 ‘제8차 교육과정 개편 시안’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안대로라면 현행 컴퓨터 교육이 포함된 재량활동이 매주 2시간에 1시간으로 줄어든다. 평가원의 안이 현실화된다면 사실상 공교육에서 ICT 교육은 유명무실해지고, 어렵게 만든 ‘정보통신윤리’ 교과서는 빛을 보지 못하게 된다.

 새해 새 설계는 지난해의 반성에서 시작한다. 지난해 이루지 못한 것,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생각에서 새해 비전은 만들어진다. 교육부는 묵은 해를 털어 버리는 것처럼 평가원의 시안을 ‘폐기 수준’에서 다시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초·중·고교의 정보통신 윤리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의무화해 교육부가 공교육 차원에서 건강한 인터넷을 만드는 운동을 주도하면 더욱 좋다. 교육부가 혹시라도 때를 놓친다면 초·중·고 학생들의 ICT 교육을 다른 부처와 시민단체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을 지켜 봐야 할지도 모른다.

이창희 디지털문화부장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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