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아듀, 2005

 #1. 2005년 세밑. 대한민국은 오직 황우석 줄기세포논문 조작 사건만이 전부인 양 시끄럽습니다. 한 해를 뒤돌아 보면 시끄럽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을유년은 정말 유난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과기 관련 부처와 산·학·연이 그 엄청난 충격과 도전 속에서도 묵묵히 제몫을 한 해였음을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달랑 이틀만 남겨놓은 을유년.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엇갈렸지만 그 모든 게 우리 IT생태계를 기름지게 하는 소중한 거름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2. 우리 과기계는 물론이고 전국민이 사이언스지 논문 조작사건으로 촉발된 신뢰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 후속조치와 이에 따른 소란스러움도 조속히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과학, 특히 생명공학에 관심을 가졌던 많은 과학자 그리고 상처 입은 미래의 꿈나무 어린이들이 이번 사태로 낙담해 포기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많은 벤처가 운영난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성공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벤처를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길 기대해 봅니다. 업계도 벤처위기론이 업계의 산 교훈으로 남아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귀기울여야 합니다.

 고지식하게 주무부처의 정책을 따르다가 땀 흘려 번 돈을 고스란히 징벌금으로 바치게 된 IT사업자의 사례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600억원대의 벌금을 차라리 딴 데 썼으면…” 하며 혀를 차는 일이 생긴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고 있으면서 부처 간 관할권을 둘러싼 이해관계에 얽매여 기업이 편법으로 사업을 하는 일도 고쳐졌으면 합니다. 이로 인해 우리보다 악조건에 있는 국가들이 잇따라 주문형비디오 서비스 등 통·방 융합 서비스의 만개를 구가하면서 저만치 앞질러가도록 허용하는 어리석음을 보는 것은 안타까움 그 자체입니다.

 #3. 7∼8%대였던 경제성장률이 4%대로 추락하는 어려움을 극복해 성장과 분배에 모두 성공하는 토대가 놓일 수 있었으면 하고 기원해 봅니다. 그리하여 정부출범 초창기에 선언한 ‘10년간 6% 경제성장을 지속해 2012년이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앞당기길 갈망합니다. 총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전자IT수출을 가열해 유가 인상에도 아랑곳 않는 IT수출의 용광로로 더 뜨거워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린 사실도 있었지만 직접적 피해당사자와 합의가 이뤄진 상황인 만큼 국제정서를 거스르지 않는 한도내에서 조속하고 원만하게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이에 덧붙여 우리와 호혜 협력을 해야 할 국가와의 무역협력이 더욱 굳건해져 IT코리아의 위상이 높아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휴대폰 1, 2, 3위 기업이 세계 1, 2, 3위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의 틀이 만들어지고 새해 도약에 대비할 수 있길 빕니다. 나아가 십여년 전 문어발 같던 20여개 사업부를 정리하고 휴대폰을 선택해 집중력을 보인 핀란드 기업을 능가하는 대단한 기업이 됐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골드러시에 버금가는 ‘플래시러시’를 만든 기업이 세계1위를 할 수 있으면 마찬가지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또 DMB와 와이브로기술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의 물꼬를 터 우리의 IT파워를 과시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4. 해외에서 대형 IT프로젝트의 물꼬를 튼 기업들은 그 사업을 무사히 마무리짓고 더큰 사업을 수주하길 기원합니다. 국내외에서 올해 제휴와 협정을 맺은 기업들의 이후 사업의 결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간 밤낮이 뒤바뀐 해외에서 가족과 국가를 위해 땀 흘리는 우리 IT산업 전사들에게도 새해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을유년 업무도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아듀, 2005!

◆이재구 국제기획부장@전자신문,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