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만 해도 개인용 컴퓨터, 즉 PC하면 떠오르는 것이 ‘커다란 깡통 상자’였다. 크기도 크기지만 색깔도 엷은 베이지 색 뿐인 데스크톱 PC가 이렇게 불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출시되는 데스크톱 PC의 디자인 변화 추이를 보면 이같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기나 색깔, 그리고 형태에 이르기까지, 그간 용산 조립 PC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변화의 움직임이 대기업 PC로까지 퍼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데스크톱 PC 플랫폼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크기’다. 데스크톱 PC의 용도가 변화하면서 크기가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버린 것이다.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이 있는데 새삼스레 크기를 가지고 말을 꺼내는가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노트북PC는 어디까지나 노트북PC일 뿐이다.
# 거실로 나온 PC
과거에는 아니 몇 년 전만 해도 데스크톱 PC는 개인이 방에 두고 혼자서 인터넷을 즐기거나 게임을 하고 또는 업무를 처리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철저히 혼자 놀기 위한(?) 도구였던 셈이다. 그러나 요즘은 PC가 방이 아닌 거실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LCD TV나 PDP와 같은 대형 평판 디스플레이, 5.1채널의 홈시어터 시스템 등과 결합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다. PC가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유저들은 PC를 TV와 홈시어터 스피커에 연결해 커다란 화면과 장엄한 출력의 스피커로 극장 못지않은 감동을 느끼면서 영화를 보고, 하드디스크에 담긴 수백 곡 아니 수천 곡의 음악을 감상하며,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쇼파에 앉아 편안하게 TV로 감상하기 시작했다. PC가 더 이상 개인 전유물이 아닌 가족 모두의 멀티미디어기기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PC가 방에서 거실로 슬금슬금 나오다 보니 기존 형태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에는 크기나 디자인에서 많은 변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덩치만 크고, 색깔도 볼품없는 기존 데스크톱 PC가 TV 옆에 서 있다고 생각해 보면 상상만해도 꼴불견일 것이다.
용산전자상가에 가면 거실에 올려놓고 쓸만한 PC 케이스 들이 제법 나와 있다. 이른바 홈시어터PC(HTPC)라고 하는 이런 제품들은 과거 오디오 컴포넌트를 연상케 하는 랙(rack) 스타일로 만들어져 거실에 있는 오디오 기기 위에 혹은 VCR를 수납하는 TV 장식장 안에 올려놓고 사용하면 된다.
가격도 10만원 안쪽의 저가품부터 시작해 3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도 있다. 고가의 제품들은 전면을 알루미늄 재질로 처리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들어져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홈시어터PC 외에 거실에 놓고 사용할 수 있는 PC로는 슬림형 PC를 들 수 있다. 수직으로 세워서 사용할 수 있으며 얇은 PC의 경우, 좌우 폭이 명함 크기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어서 TV 옆에 세워 놓아도 잘 어울린다. 이런 슬림형 PC의 경우, 대기업에서 이미 활발하게 출시된 상황이며 위에서 설명한 홈시어터PC 스타일의 PC는 아직 대기업 제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 손바닥만한 초소형 PC도 주목
앞서 언급했지만 PC가 거실로 나오면서 또 하나 주목을 받는 부분이 바로 크기다. 크기가 작은 PC가 아무래도 거실 한쪽에 올려놓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며, 거실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애플컴퓨터의 경우, 이미 ‘맥 미니’라는 제품을 통해 손바닥보다 조금 큰 초소형 PC를 선보인바 있다. 성능도 일반 데스크톱 PC 못지않아 출시 초기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대만의 주기판 전문 업체인 에이오픈의 경우, 애플의 맥 미니와 꼭 닮은 초소형 PC를 12월부터 일본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의 맥 미니는 MAC OS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나 인터넷 뱅킹, 온라인 게임 등 활용적인 측면에서 호환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으나 에이오픈의 초소형 PC는 운용체계(OS)로 인텔 기반의 윈도를 탑재해 초소형 PC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로 PC를 만들어낸 삼보컴퓨터도 지난 11월 30일 세계에서 가장 작은 미디어센터 PC인 ‘리틀루온’을 출시했다. 여기에는 MS의 윈도 미디어 센터 에디션이 탑재돼 리모컨만으로 거실에서 영화나 음악,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초소형 PC 안에는 노트북에 사용되는 모바일 기술이 대부분 적용됐다. 프로세서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인텔과 AMD에서 각각 출시하는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탑재해 성능은 데스크톱 수준으로 그대로 유지시키고 소비 전력은 낮췄으며 발열 문제를 해결했다. 또 노트북용 하드디스크를 장착해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전원부 역시 외부로 빼내 발열로 인한 소음도 크게 개선시켰다.
# 미디어센터PC가 거실 공략 첨병
PC가 거실로 나오면서 주목 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센터 PC’다. 여기에는 멀티미디어 환경에 최적화된 MS 윈도 XP의 또 다른 버전인 ‘윈도 XP 미디어센터 에디션’이 탑재돼 있으며 PC 제조사로부터 함께 제공되는 리모컨을 이용, PC에 저장된 다양한 멀티미디어 파일을 TV와 연결해 즐길 수 있다. 간단히 얘기해 리모컨을 기반으로 PC를 마치 가전 멀티미디어 기기처럼 쓸 수 있도록 제작된 PC다.
가운데에 있는 ‘윈도’ 버튼을 누르기면 하면 바로 갖가지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즐길 수 있는 화면으로 전환되며 영화, 음악, 사진 등 원하는 항목을 찾아 리모컨으로 클릭하면 된다. 내장된 TV 카드를 이용, 일반 TV와 동일하게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꿔가며 TV를 볼 수 있으며 언제든지 녹화 버튼을 누르면 하드디스크에 방송이 저장된다.
인터넷 및 FM 라디오를 포함한 라디오 서비스를 들을 수 있으며 별도로 공급되는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리모컨만으로 갖가지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이밖에 CD와 DVD 제작도 가능하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PC는 ‘ATX`라고 하는 규격에 의해 만들어진다. 각기 다른 제조 회사의 부품을 사용해 PC를 조립해도 딱 들어맞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ATX라는 규격은 지난 95년도에 규정된 오래된 폼팩터로 요즘 PC 환경과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BTX(Balanced Technology eXtented)라는 새로운 폼팩터가 최근들어 주목을 끌고 있다.
BTX 규격이 처음 발표됐을 당시만 해도 주기판이나 섀시(케이스) 제조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장 폼팩터를 바꿔봐야 실익이 없을 것 같고 또 막대한 비용도 수반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작년 말까지만해도 ‘과연 언제부터 BTX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인가’ ‘말로만 나왔다가 소리 소문 없이 그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등 많은 의문들이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최근 64비트 프로세서와 듀얼 코어 등 새로운 프로세서 기술들이 등장함으로써 새로운 폼팩터의 요구가 다시금 고개를 들게 됐고 내년부터는 소형 PC를 중심으로 BTX가 주류를 이루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PC를 BTX 폼팩터로 바꾸게 되면 여러 부분에 있어 많은 변화가 생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사용하던 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 광학드라이브(ODD) 등 모든 컴포넌트에 대한 교체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케이스를 중심으로 주기판과 전원공급장치 정도가 달라지게 되고, 기타 냉각팬의 위치 등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일단 BTX는 케이스에 별도의 냉각팬을 두지 않는다. CPU 상단에 올려진 ‘서멀 모듈’이라는 쿨러가 CPU의 열을 냉각함과 동시에 케이스 전면으로부터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케이스 내부를 식히고 외부로 배출되는 보다 체계적인 공기 흐름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췄다. 주기판 설계시에도 BTX는 한결 개선된 효과를 가져다 준다. 주기판 상의 각각의 컴포넌트간 경로를 최적화시키고 내부 공기 흐름에 따라 CPU와 MCH, ICH를 일직선상으로 배치시켰다.
1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데스크톱PC는 여지껏 ‘네모난 깡통 상자’라는 별명 아닌 별명을 들어왔다. 하지만 데스크톱 PC는 활용도가 점차 넓어짐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데스크톱PC의 크기나 내부 구조 변화는 시작일 뿐이다.
<이준문 피씨비 콘텐츠팀장 jun@pcb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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