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과학기술 오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산업·언론·정치·연구기관·시민단체 관계자들로 나노기술영향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실시한 ‘나노기술영향평가’를 통해 내린 결론(정책제언) 중 하나다. 나노 관련 국가 연구개발비의 일정비율을 안전성 연구에 투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기술개발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해 예산을 확보하기에 바빴던 우리 국가기관이 ‘예방’ 차원에서 위험·재해 등 부정적 측면을 논의해본 것 자체가 이채롭다. 그만큼 우리 사회와 국정 프로세스가 성숙했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황우석 교수팀을 둘러싼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논문 진위 논란’에서 보듯, 과학기술로부터 출발한 이슈가 정치·경제·환경·윤리 등 사회 전반 문제들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예방적 고찰’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국내 나노산업은 2020년까지 연평균 22.6%씩 성장해 관련 산업에 약 593조원을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나노기술개발 총괄 조정·지원 체제를 구축하고 적정 연구개발투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정부 정책 방향이다. 이처럼 큰 기대와 명확한 정책 방향만큼이나 ‘안전’과 ‘예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다행이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의과대학의 귄터 오베르되스터 교수팀은 폴리테크라플루오로에틸렌(polytetrafluoroethylene)을 지름 20나노(10억분의 1)미터 크기 입자로 만들어 쥐에게 15분 동안 흡입시켰더니 4시간 만에 죽었다. 덩어리일 때에는 문제가 없는 물질이었지만 나노입자가 되면서 독성이 생긴 것. 나노입자의 인체 침투, 조직간 이동, 축적 등으로 인한 안전문제가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쥐가 죽었다고 사람까지 죽을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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