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자산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이 중 한정된 자산으로서 효율적인 활용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 몇몇 있다. 주파수는 바로 이러한 국가의 한정된 자산으로 정보사회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국가경제 발전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효과적인 주파수 활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현재 NTT도코모와 KDDI가 사용하는 800M㎐와 900M㎐대역의 주파수를 회수해 국제적인 주파수 이용과 일치되게 정리한 후, 2012년 800M㎐ 주파수 재편 시 NTT도코모와 KDDI에 각각 30M㎐씩, 총 60M㎐의 주파수를 IMT2000 주파수로 재할당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의 통신사업자들도 정부의 결정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며, 2012년까지 800M㎐ 주파수 대역의 가입자를 점진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주파수 활용 현황을 보면, 이른바 황금 주파수라고 불리는 800M㎐ 대역의 주파수를 국내의 한 이동통신사가 독점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민간 통신사들 간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다. 이와 같이 한 통신사업자가 800M㎐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아프리카의 콩고와 같은 몇몇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의 선진화된 국가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특히 800M㎐ 주파수는 1.8G㎐ 주파수에 비해 기지국당 커버리지가 4배 이상 넓기 때문에 그 효용성 또한 4배 이상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효용성이 큰 양질의 주파수를 하나의 사업자가 독점 사용한다면 후발사업자는 주파수 특성상의 차이로 인해 제대로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800M㎐ 주파수의 독점적인 사용은 ‘통신산업의 독과점을 막고 공정한 경쟁체제를 유지해 통신망 고도화와 국민편익 증대를 위한 장기적인 성장을 꾀한다’는 정부의 통신정책과도 상충되는 것으로 정부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공정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국가의 중요한 전파자원인 800M㎐ 주파수의 공동사용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전파법 제10조 3항에서도 ‘정보통신부 장관은 주파수 할당을 하는 경우에는 주파수 할당을 받는 자 및 그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 관계에 있는 자에 의한 전파자원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적정 수준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통신시장 구조를 경쟁체제로 개선하고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파수의 재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파수의 재조정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다면 우선적으로 800M㎐ 로밍을 허용해 효율이 높은 주파수의 공동사용을 가능케 해야 할 것이다. 후발 사업자로 하여금 800M㎐ 로밍을 통해 주파수를 공동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 유럽이나 미국의 사업자들처럼 듀얼밴드를 포함한 멀티밴드폰을 사용해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800M㎐와 1.8G㎐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멀티밴드폰의 개발로 인해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신규수요의 창출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 비경제적인 외곽지역에 대한 사업자들 간의 과다경쟁으로 인한 중복 투자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며, 이 외에 PCS 가입자에게도 800M㎐를 이용한 글로벌 로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의 편익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이동통신 시장의 공정 경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전파사용료 및 상호접속료 차등 적용, 번호이동 시차제 등과 같은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재의 통신시장 구조를 경쟁체제로 개선할 수 있는 800M㎐ 로밍과 같은 주파수의 재조정을 통해 국가의 한정된 자산인 주파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효율이 높은 800M㎐ 주파수의 로밍과 주파수 재조정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이다.
◆ 곽수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학술원 회원 skwak@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