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은 역사적으로 영화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1926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부산에 ‘조선 키네마’라는 영화사가 설립돼 ‘아리랑’ ‘풍운아’ 등 8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한국영화의 선구자인 나운규, 윤백남도 부산에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1958년 최초의 영화 시상 제도인 ‘부일 영화상’이 제정된 곳도 부산이다. 그러나 1960년대가 지나면서 부산에서의 영화 활동은 침체했고 다른 문화 활동이나 문화 소비도 전국 하위권을 맴돌았다. ‘부산은 문화의 불모지’라는 자조적인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기도 했다.
1996년에 창설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처럼 침체한 부산의 문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의 상징이었던 신발·섬유 산업이 퇴조하고 항만·물류 산업 이외의 뚜렷한 브랜드 산업이 없던 부산에서 영상 산업이 서서히 부상하기 시작했다.
또 영상 인구의 저변 확대를 목표로 ‘시네마데크 부산’이 1998년 여름에 문을 열었고 2000년에는 영화 촬영을 부산에 유치하고 지원하는 부산영상위원회가 창설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친구’ ‘연애’ ‘태풍’ 등 90여편의 영화와 110여편의 광고 영상물이 부산에서 촬영되면서 부산은 ‘영화 촬영하기 가장 좋은 도시’로 바뀌었다.
촬영을 지원하기 위한 2개의 실내촬영 스튜디오가 건립돼 가동중이고 촬영기자재 대여 회사, 인력 동원 회사, 영화 제작사, 영화관련 단체들도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영화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도 크게 증설됐다. 국내 최초로 2개의 영화고등학교가 설립됐고 대학(원)의 영상 관련 학과도 1개에서 8개로 늘었으며 동서대학교를 중심으로 영상인력 양성을 위한 누리사업에 정부가 5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영상 산업의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부산광역시는 영상산업을 10대 전략 산업에서 4대 전략 산업으로 수정했고 ‘시네포트’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시네포트’ 사업은 부산영상센터와 영화체험 박물관, 영화후반작업 기지 건설을 골자로 한 ‘영상도시 부산’의 미래를 담은 청사진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용관이 될 부산영상센터는 ‘두레라움(많은 사람이 모여 즐긴다는 순 우리말)’으로 그 명칭을 바꾸고 국제 현상공모를 통해 선발된 건축가의 설계를 바탕으로 오는 2009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방 분산 방침에 따라 영화정책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부산이전이 확정됐고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남양주 종합촬영소의 기능을 승계할 제2의 종합촬영소도 부산 근교인 기장에 건설될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부와 부산시는 지난 10월 7일 부산을 ‘영상문화 중심 도시’로 선포하고 집중 지원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 10년, 부산의 영상 산업을 태동시켰고 그 발전을 주도해온 부산국제영화제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했듯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10주년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음 10년을 내다보면서 두 개의 새로운 사업에 착수했다. 아시아 각국의 영화 지망생을 선발해 세계적인 영화감독 및 촬영감독들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고 함께 영화를 만드는 교육 과정인 아시아필름아카데미(AFA)가 하나고, 다른 하나는 내년에 창설되는 아시안 필름 마켓이다.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프로젝트 마켓인 PPP와 촬영박람회, 로케이션 마켓과 함께 완성된 영화를 사고파는 필름 마켓이 창설되면 기획에서 촬영 등 모든 과정을 포용하는 토털 마켓의 기능을 담당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산업에 있어서 그 중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부산이 명실상부한 ‘영상문화중심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첫째, 부산 이전이 확정된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조속한 이전과 이를 위한 과감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부산시가 추진하기로 한 후반기지 조성사업과 부산에 건설될 영화진흥위원회의 후반작업시설 간의 중복 투자를 피하기 위한 기능 조정도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부산에 있는 영상 관련 대학과의 산·학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인력수급, 첨단 기술과 장비 공유 등 영상산업의 기반 조성과 발전을 효과적으로 촉진해야 한다. 아울러 산·학협력으로 영상 산업을 일으킨 영국의 경험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부산광역시에 부산의 영상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조율할 민간 전문가 주도의 영화정책조정기구를 구성, 운영하는 일도 매우 시급하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director@piff.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