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 관계부처 협의 돌파…그러나 상처 또한 남겨

 재정경제부의 적극적인 중재에 힘입어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법 시한을 연장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정통부로선 통신 규제 정책의 사활을 걸고 보조금 규제를 연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대 난제였던 관계부처 협의에 성공함에 따라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정통부와 공정위가 각각 한발씩 양보해 당초 ‘3년 규제 연장, 3년 이상 장기 가입자 허용’이라는 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 ‘2년 규제 연장, 2년 이상 장기 가입자 허용’으로 크게 바뀌었다.

 절충점을 찾았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통신 정책 주무부처로서 정통부는 다소 자존심을 구긴 결과이자 또 다시 정부가 국민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는 게 이번 관계부처 협의를 지켜본 여론의 반응이다.

 ◇단일안의 의미=정통부가 보조금 규제 연장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으로 여겨졌던 공정위와의 관계부처 협의를 이끌어냈다. 당초 원안과 달리 2년 규제 연장과 2년 이상 장기 가입자 허용으로 바뀌긴 했으나 최소한 보조금 ‘규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 셈이다. 정통부가 그나마 안도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협의 결과는 그동안 정통부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통신 규제 정책에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힌 결과로도 풀이된다. 정통부의 정부 입법 사례를 볼 때도 이번처럼 당초 원안이 크게 달라져 ‘반쪽짜리’ 보조금 규제 정책이 만들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양측이 서로 크게 양보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솔직히 (원안과 달라진 결과에 대해서는) 내부 반대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법안 내용이 크게 달라진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정부 입법안이 규제 2년 연장으로 축소·조정됨에 따라 내년 2월 임시국회를 무사히 통과하더라도, 오는 2008년께는 보조금 규제가 사라질 것이 유력해 보인다.

 또 3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 한해 허용하려던 보조금 지급 대상도 2년 이상 장기 가입자로 그 대상이 확대돼 내년 이후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사실상 보조금 지급이 ‘양성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유치 및 이탈 방지를 위해 이동통신 3사 및 KT(PCS 재판매)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전보다 마케팅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응과 숙제=관계부처 협의 결과가 알려지자 업계와 시장에서는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불과 두달 전 정통부의 원안이 처음 공개된 뒤 보조금 규제 연장 방안에 대한 보완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법안 내용도 일부 바뀌었고, 정부 입법이다, 의원 입법이다 하며 개정 절차를 놓고도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3년 규제 연장 및 3년 이상 장기 가입자 허용의 내용이 크게 뒤바뀌면서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국민적인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보조금 규제 연장이라는 정부의 원칙은 수용하지만 법안 내용이 불과 두달 새 오락가락하면서 당장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에도 애를 먹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통부는 오는 23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내년 초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추진한 뒤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구상이다. 보조금 규제 연장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공정위와 합의를 도출하긴 했지만 법제처 심사나 내년 2월 국회를 설득하는 것도 여전히 정통부가 안고 있는 어려운 숙제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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