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속으로 떠나는 여행]#1

이번 주부터는 ‘좌백의 무림기행’의 뒤를 이어 SF칼럼리스트 전홍식씨가 SF의 세계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어렵고 복잡한 SF를 쉽고 즐거운 이야기로 꾸밀 예정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바랍니다.

게임관련 신문이나 잡지를 즐겨 보는 독자들이라면 팬터지나 무협 등 가상 세계에 대한 글을 많이 접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게임에서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등 수많은 작품이 있음에도- 무시되는 것이 있기에, 필자는 바로 그 얘기를 꺼내는 것으로 기나긴 상상속 과학여행을 시작하고자 한다. 바로 사이언스 픽션(SF:Science Fiction)이다.

‘Don`t Panic(쫄지 마라)’. 왜냐고? S의 약자가 Science(과학)이지만 근엄한 얼굴로 머리를 싸매고 앉아 강의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DH※SRK≠TWK 법칙’이니, ‘SK∞∴M∼SP 공식’이니 하는 뭔 소린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한 말을 지껄일 생각도 없다. 필자는 과학자가 아니고 SF 역시 과학이 아니다.

SF 속에서 가끔 과학자가 나오지만 아인슈타인이나 갈릴레이와는 거리가 멀다. SF의 인물들은 괴상한 방에서 이상한 기계를 쓰고 요상한 실험을 하는 아저씨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평소 미소녀 게임에 열중하지만 쓰레기 만으로 뚝딱 세계 정복 메카를 만드는 할아버지일지도…. 어디 그 뿐인가? 추정 연령 2만 살의 미소녀(?)나 계산기를 들고 설쳐대는 갑부 소년 등 현실과는 도저히 연결되지 않는 그런 부류들이 주로 등장하는 것이다.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등장인물에서 줄거리까지 너무도 다양해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무작정 얘기를 꺼내 보는 수 밖에(물론 SF 속에도 정상적인 과학자가 나오고 심지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그런 평범한(?) 학자 얘기는 재미없다는 것이다).

SF는 1929년 휴고 건즈백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진 용어로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1950)’이나 아서 C 클라크의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같은 작품들이…흔히 SF얘기라면 이렇듯 사람 이름과 년도, 그리고 결코 친숙하지 않은 제목의 작품 이름이 쏟아져 나오지만, 역사 공부를 할 것도 아닌 이상 여기선 근본적인 것만 집어보자.

바로 “SF는 뭐냐?”는 것. 흔히 사용하는 공상 과학이라는 말이 맘에 안 든다며 ‘과학 소설’이라 부르는 팬도 있지만, 소설은 그렇다 쳐도 ‘과학 영화’니 ‘과학 만화’니 하는 말이 나오면 정말 어색하다(이를테면 ‘스타크래프트’를 보고 과학 게임이라고 불렀다간, ‘원숭이를 조종해서 바나나를 얻어 봅시다. 3개 더하기 3개는 몇 개?’ 같은 우습지도 않은 작업을 반복하는 유치원용 교육 게임이라는 오해를 살지도 모른다).

때문에 필자는 ‘상상 과학(想像科學)’이란 말을 쓰고자 한다. 난생 처음 듣겠지만 친숙한 발음의 이 용어는 “과학적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이야기”라는 SF의 특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매체라는 점을 조금이라도 명확하게 드러내고 싶다는 고민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과학 소설은 어렵다. 공상 과학은 유치하다. 추론 소설이니 사변 소설이니 하는 건 도통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SF는 상상 과학’이라고 말해보길 권한다. 조금 어색할지 모르지만, 그 말 하나로 SF에 대한 온갖 오해(특히 복잡하고 난해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보지도 못한다는 오해)가 해소될지도 모른다.상상 과학이란 어떤 것일까? 간단히 정의하면 ‘과학을 통해서 -가능성(이야기)을- 생각(상상)하는 것’을 말한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천공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왔다.

그리하여 하늘에는 작은 곰과 큰 곰이 살게 되었고 목이 잘린 늑대가 태양을 삼키기도 하며, 호랑이에게 쫓긴 오누이가 햇님 달님이 되는 사건이 펼쳐졌다. 상상이란 과정을 통해 천공은, 아무 것도 없는 썰렁한 공간에서 수많은 신화와 전설의 무대로 바뀌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상상의 세계 속에서도 밤하늘에 당당히 모습을 선보인 달의 역할은 더욱 컸다. 밤 하늘의 장식에 불과했던 별과 달리, 달은 땅을 비출 정도로 밝았고 그 표면의 무늬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컸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에는 별과 다른 특별한 조건을 주었다. 바로 ‘또 다른 세계’로 부른 것이다.

고대인의 상상 속에서 달에는 계수나무 아래 토끼가 살기도 하며, 미녀가 웃음 짓고 있고, 게가 기어 다니는 세계였다. 밤이면 볼 수 있는 또 다른 세계. 공상 속에서 사람들은 그 세계로 여행가는 희망을 펼쳐보였다.

동앗줄을 타고, 날개옷을 쓰고, 때로는 마법의 배를 타고, 허황된 생각이란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의 공상은 끝없이 펼쳐졌다. 하지만 공상은 덧없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달 세계에 한발짝 접근하기 위한 희망을 갖고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의 틀’을 통해서. 그리하여 마법의 배는 달로 날아간다는 전설이 있는 수 십 마리의 백조에 묶이게 되고, 새의 깃털로 만든 날개가 달리기도 했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이런 상상은 계속 나아가게 되었다.“엄청나게 큰 대포를 쏘면 분명 달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그것은 단지 달에 가면 좋겠다는 꿈에 지나지 않았지만 상상 과학이란 세계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현실감을 주게 되었다. 사람들은 달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1967년 5월 18일 달 세계에 인간의 첫걸음이 새겨졌다.

이렇게 상상 과학은 달 세계로의 희망을 낳고 우리를 이끌어 주었다(하지만 상상 과학이 과학은 아니다. 인간은 기구나 대포, 반중력 장치가 아니라 고다드가 고안한 로켓으로 날아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달에 갈 수 있을까는 가능성을 과학을 통해 상상한 것. 그것이 바로 SF, 상상 과학이다. 어디까지나 창작이고 이야기이기 때문에 상상 과학에선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과학적 상상력으로 창조한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몰입하게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희망을 제공한다.

공룡이 다시 나온다면?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외계인이 나타난다면? 복제 인간이 생긴다면? 무한한 가능성 속에 끝없는 상상력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것이 과학이란 도구를 통해 현실감있게 꾸며졌을 때 우리들은 그것을 SF, 상상 과학이라 부른다.

그 상상은 우리 주변 얘기로만 그치지 않는다. 상상 과학 속에서 우리들은 100만년 뒤의 미래, 은하계 밖의 세계를 꿈꾸고 때로는 수 천 만년 전의 과거, 그리고 세포보다 작은 세계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상상 과학은 우리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창조의 세계를 제공한다. 무한한 시공간이 이를 위해 준비되어 있고 끝없는 이야기가 우리를 맞이한다. 공부를 할 필요도 없는 어디까지나 상상 과학의 이야기다. 이 글은 상상 과학의 세계를 즐기려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다. 이 글을 읽기 위해 공부를 할 필요도 준비를 할 필요도 없다.

DON`T PANIC. 상상 과학은 재미있고 신나는 것이다.SF 칼럼리스트. 게임 아카데미에서 SF 소재론을 강의 중이며, 띵 소프트에서 스토리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SF WAR 클럽 사이트(www.sfwar.com)를 운영하고 있다.

<전홍식 pyodogi@sfw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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