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외계에 메시지를 송출해야 하는 점은 매우 절실했지만 앞서 얘기한 국내 전파법 관련해 이 프로젝트 자체는 무산될 지경에 이르렀다. 별다른 대책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중 교수님에게 희망적인 메일이 날라왔다. 내용은 ‘우크라이나로 가라!’였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자세히 읽어보았다.
과거 21세기를 여는 기념으로 바로 그곳 우크라이나 천문대에서 외계에 메시지를 송출하는 이벤트를 했었다는 기록과 우크라이나는 외계메시지 관련해 법규가 너그럽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여기서 마저 안되면 게임기획 자체를 우회할 생각까지 가졌다. 그러나 희소식의 이면에는 우크라이나 천문대의 상황과 우리 프로젝트를 얼마나 가치 있게 생각해줄지, 그리고 과연 외계메시지를 쏠 수는 있는 것인지 등 변수가 많았다. 일단 메일로 접촉을 시도했다. 수일이 걸렸지만 회신이 오고, 그렇게 메일이 오가면서 드디어 미팅일정이 잡혔다.
우크라이나 미팅 얘기를 하기 전에 소개할 사람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우크라이나 계약 건의 ‘위대한 주인공’인 사업개발실의 이경일 실장이다. 신이 도왔는지 이실장은 러시아어에 능통했고, 영업수완 또한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는 이실장이 모든 것을 잘 해내리라 굳게 믿고 우크라이나로 내몰다시피 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낯 선 타국 땅에 홀로 가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가끔 농담으로 “이실장은 우크라이나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로 돌려서 칭찬을 하기도 했다.
이실장의 얘기로는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로 가서 다시 4시간을 비행해 우크라이나로 간 후, 그곳에서 다시 시속 100km의 속도로 수시간 동안 비포장 도로를 달려 우크라이나 천문대에 도착했다’고 한다.
또 게임을 통해 외계에 메시지를 보낸다는 개념을 설명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우크라이나는 아직까지 흑백폰을 사용하고 있어서 모바일 게임이라는 것 자체를 알리기가 힘들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물며 모바일 게임을 통해 이곳 우크라이나 천문대에서 외계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목적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들이 우리의 프로젝트를 완전히 이해했을 때 우크라이나 과학 국장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희망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매우 흥미롭고, 의미있는 프로젝트라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매우 좋은 분위기에서 계약을 맺고 그렇게 귀국을 했다.
우리는 이실장의 이런 기쁜 소식을 들으면서 그가 그곳에서 사온 보드카를 기울이며 흐뭇해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계약을 한 번에 성사시킨 무용담과 성과는 지금까지 우리 회사의 위대한(?) 전설로 남아있다.
<신봉구 bong@gamev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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