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튀니지를 놀라게 한 `디지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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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모든 마을의 30% 가량인 80만 마을이 지금도 여전히 범지구적 전기통신의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지난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인 튀니스에서 개최된 제2차 세계정보사회정상회의(WSIS)의 큰 행사 중 하나가 바로 ‘세계를 연결하자(Connect the World)’였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 역시 “정보통신기술(ICT)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주요한 도전과제”임을 강조하면서 “오는 2015년까지 전 세계의 모든 공동체를 연결하자”고 촉구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은 국제 협력을 위한 UN기금(UNFIP), UN개발계획(UNDP), 유럽위원회, 아프리카 위성통신 조직위원회(RASCOM),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세계를 연결하자’ 조직위의 파트너로서 이 행사에 참석했다. 아시아 지역의 기구나 단체로서는 KADO가 유일했다. 그만큼 글로벌 정보격차 해소 기관으로서 KADO의 활약과 위상이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내게 ‘2015 정보사회-미래를 건설하자’라는 주제의 고위급 패널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할 기회도 주어졌다. 멕시코·이집트·콩고의 정보통신부 장관과 노키아의 부회장 등과 함께한 고위급 패널 토론 역시 초점은 어떻게 국민의 정보화를 촉진해 정보격차를 해소할 것인지에 맞춰졌다. 또 전세계에서 가장 정보화가 앞서고 있는 한국의 비결이 무엇인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나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급속한 정보통신 발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3세대 무선전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역설했다. 또 통신 발전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으나 민간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이 동반됐으며, 정보화촉진기금을 통한 재원 확보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강조했다.

 KADO가 본 회의장 바로 옆에 마련한 홍보 부스는 우리의 각종 자료를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고 연일 많은 IT관계자가 몰려와 북새통을 이뤘다. 홍보 책자 등 수백권의 각종 자료가 이틀이 채 되지도 않아 동날 정도였다. 부스를 방문한 많은 이가 “KADO의 이름과 국제적인 활약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도 정보화 공유의 기회를 달라”며 연락처를 알려주려고 애썼다.

 특히 국가 정상급 인사 28명 등 130여개국 정부 대표, 국제기구·시민단체·기업 등에서 약 2만20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 기간에 ITU가 한국을 ‘디지털 기회지수(DOI:Digital Opportunity Index)’ 세계 1위로 발표한 것은 일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평가지수로 사용된 ‘디지털 접근지수(DAI:Digital Access Index)’가 인프라 보급 정도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디지털 기회지수는 인프라 보급은 물론이고 정보의 기회 제공 및 활용 정도 등을 포함한 정보화 종합지표라 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기회지수는 국가 간 정보사회를 비교하고 경제 발전과 격차해소 방안을 위해 정보사회정상회의에서 올해 신설한 것으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하겠다.

 APEC의 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싱가포르의 리센룽 총리가 “IT가 그 나라의 경제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했듯이, 정보사회정상회의에서 한국을 ‘디지털 기회지수’ 세계 1위로 공식 인증한 것은 우리의 경제력도 선두권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정보화 국가가 되었다. 정보통신부의 IT839 전략과 ‘따뜻한 디지털 세상’ 만들기가 이런 성취를 이뤄낸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여전히 너무 이르다. 인프라는 몰라도 정보를 통한 기회 제공이나 생산적 활용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정보 기회의 확장과 생산적 활용을 통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IT839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디지털 기회지수’ 1위가 하루빨리 ‘디지털 성취지수’ 1위로 연결되길 기대한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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