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2세대(G) 이동전화 사업자 식별번호(01x)를 유지한 채 3세대(G) 이동전화인 WCDMA로 가입 전환할 수 있는 이른바 ‘2G·3G 간 번호이동’ 정책이 이르면 연내 모습을 드러낸다.
당초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2G·3G 간 번호이동 정책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이동전화 도감청 이슈와 단말기 보조금 규제 논란 등에 밀려 내부 방침을 정리하지 못한 채 미뤄왔다. 그러나 내년도 본격적인 3G WCDMA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번호이동이 필수적이지만, 이는 정부의 010 번호 통합 정책에 역행할 수도 있어 정통부로선 여러가지 파장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다.
◇번호이동 허용, 그러나 SK텔레콤은 견제=정통부는 최근 2G·3G 간 번호이동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리했다. 한때 “원칙적으로 안된다”던 태도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은 2G·3G 간 번호이동 방식. 정통부는 기존 2G 가입자 가운데 사업자 식별번호(01x)를 유지한 고객을 제외한 ‘010’ 가입자에 한해 3G 번호이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2G 사업자 식별번호를 유지한 채 3G 번호이동을 허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010 번호 통합 정책과 정면 충돌하는데다, KTF·LG텔레콤 등 후발 사업자들의 반발도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번호이동을 허용한다는 원칙은 변함없지만 010 가입자에 제한할지, 모두 허용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 방침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배적 사업자이자 내년도 WCDMA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SK텔레콤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2G의 기존 사업자 식별번호(01x)를 가진 가입자에 대해서도 제한없이 번호이동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WCDMA 사업에 힘을 싣는 한편, 기존 가입자 이탈 방지 및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도 차별화된 3G 서비스를 무기로 내세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통부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을 내세운다 해도 이미 010 가입자가 전체의 30%를 넘어선 상황에서 SK텔레콤의 논리를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들에게 3G 번호이동의 혜택을 먼저 주면서 010 번호 통합의 추세도 자연스럽게 수용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통부는 최근 가장 큰 현안인 단말기 보조금 규제법 문제가 해소될 연말 또는 내년 초께 2G·3G 번호이동 정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공세=SK텔레콤은 WCDMA 서비스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2G·3G 간 번호이동 전면 허용을 촉구하고 있다. 당초 올해 WCDMA 가입자 목표로 제시한 20만명에 턱없이 모자라는 현재 4000여명의 가입자 규모도 번호이동 제한이 걸림돌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내년도 50만 가입자 확보를 약속하는 대신, 한시적이라도 2G·3G 간 번호이동 전면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 식별번호 가입자에 대해 3G 번호이동을 허용하더라도 010 번호 통합 시점은 불과 2년 정도 늦춰질 뿐”이라며 “소비자 편익이나 신규 서비스 활성화라는 대의를 감안할 때 번호이동을 지연시키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WCDMA 활성화와 010 번호 통합이라는 정책적 현안을 둘러싸고, 2G·3G 간 번호이동 문제는 이동전화 시장의 또 다른 이슈로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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