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메모리로 세계를 주름잡기 시작한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용 파운드리(수탁생산)’로 제2의 전성시대를 연다.
반도체 파운드리는 하도급사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80년대 초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대만업계와 달리,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등한시했던 분야다. 그 결과 시스템반도체의 발전 근간인 국내 파운드리산업이 침체되면서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성장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2005년 가을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부 파운드리사업을 진행하면서도 그 사실을 애써 공개하지 않았던 삼성전자조차도 파운드리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더욱이 23일 퀄컴이 삼성전자와 CDMA 칩세트 위탁생산 계약을 했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또 동부아남반도체·매그나칩도 시스템반도체 중심의 파운드리사업 강화를 표명하고 있어, 올해가 국내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산업 동반성장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에 대한 시각 변화=종합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 주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업체의 칩을 위탁 생산해 왔으나, ‘파운드리 업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300㎜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전용라인인 ‘S라인’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메모리강자 삼성전자에서 ‘반도체강자 삼성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스템반도체용 파운드리사업의 본격 추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퀄컴·엔비디어 등 해외 팹리스 및 국내 주요 팹리스와 위탁생산을 적극 추진했고, 우여곡절 끝에 퀄컴을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엔비디어와의 계약은 최종 단계에서 밀고 당기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오연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선도 기술에 대한 비전과 첨단 300㎜ 웨이퍼 생산능력 등을 보유한 삼성의 전략적 파운드리 사업은 퀄컴과 같은 기업과의 제휴 관계를 통해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아남·매그나칩 생산이 수주 못 따라=동부아남반도체는 파운드리사업의 체격을 키우기 위해 월 7만장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매그나칩반도체도 최근 일부 있었던 D램 등 메모리에 대한 파운드리 생산을 중단하고 시스템반도체에 올인 한다. 특히 매그나칩은 출범 첫해인 지난해에는 파운드리보다는 CIS·DDI 등 자체 제품 생산을 강화했으나, 최근 파운드리시장이 호전되면서 올해 들어 파운드리 비중을 늘려 나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부아남과 매그나칩 등의 파운드리 평균 가동률은 110∼130%(수주 물량 기준)로, 생산능력이 수주량을 못 따르는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 파운드리산업에 주목=세계 파운드리시장의 최강국은 TSMC를 필두로 하는 대만이다. 퀄컴이 CDMA칩 생산을 삼성전자에 위탁해 명성에 흠집이 갔지만 대만의 경쟁력은 매우 높다.
관련업체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일본도 히타치·도시바·마쓰시타전기·NEC·르네사스 등이 2조∼3조원을 투입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한다는 설이 돌고 있다. 중국도 이에 가세해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SMIC와 GSMC·HHNEC 등이 월 5만∼10만장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놓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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