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팬택 휴대폰의 성장통

 지난 1999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 전 직원이 감격했다. 2004년에는 3조2000억원의 외형을 기록했다. 5년 만에 매출은 32배가 커졌다. 조만간 5조원을 가볍게 넘어서고 글로벌 톱 10에 진입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2001년 말 큐리텔(옛 현대전자 휴대폰사업부문) 인수와 이에 따른 시너지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팬택계열 전체의 초스피드 성장은 그보다 훨씬 빨랐다. 머니 게임 한 것도 아니다. 제조업, 그것도 90% 이상을 수출만 했다. 가장 혹독한 경쟁체제가 가동되는 휴대폰시장에서 뛰었다. 기네스북 등재감은 아니지만 ‘팬택’의 성공속도는 세계기록쯤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 초고속, 초압축 성장을 거듭해온 팬택계열에 처음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주)팬택과 팬택앤큐리텔 모두 지난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이다. 팬택은 매출의 경우 1580억원으로 2분기에 비해 13%가 줄었고 이익 역시 68%나 뒷걸음질 친 17억원이었다. 큐리텔은 진폭이 조금 더 컸다. 매출은 3420억원이었지만 전분기 대비 23% 후퇴했고 순익은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성공신화에 익숙한 직원들은 물론이고 시장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아직 올 한 해 전체 성적표는 나오지 않았다. ‘실적의 계절’로 불리는 4분기가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은 팬택계열의 행보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일부에선 ‘팬택’이 기로에 섰다고 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표현하면 흥망의 갈림길이 아닌, 체질개선의 분기점에 도달했다. 어차피 누구나 성장통은 겪게 마련이다. 제 아무리 신화적 성공가도를 달려 왔더라도, 아니 그럴수록 성장통은 피해갈 수 없는 동반자로 나타난다. 한 해 매출이 줄잡아 4조원에 육박하면 재계 서열로 따져도 20위권에 들어간다. 5년 만에 30배, 40배 몸집이 불었는데 통증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 때문에 초압축 성장에 가려졌던 부문을 이 기회에 치료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팬택’은 다음달 ‘텔레텍’ 합병이란 또하나의 큰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현재 팬택계열은 4500여명의 직원에 임원(대우포함)만 80명이다. 드러난 정답은 있다. 회사 측 공식 설명이다. 신제품 조기 출시, 자가 브랜드 마케팅 강화, 재고 소진, 대형 거래처 신규 확보 등이다. 여기에 텔레텍 합병 효과까지 가세한다. 연말은 물론이고 내년에는 다시 예전의 모습을 완전 회복한다는 기대다. 하지만 시장은 어딘지 성이 차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공자님 말씀’ 말고 성장통 치료법을 보여달란다. ‘팬택’으로서야 야속하겠지만 엄혹한 휴대폰시장 환경을 앞세우는 투자자들은 냉정하다.

 ‘팬택 신화’의 1등공신은 맨파워다. 오너인 박병엽 부회장의 ‘엄청난’ 사람 욕심이 밑바탕이다. 능력있고 장래성이 보이면 가리지 않고 옆에 두고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 실력이 모자라면 부추기며 같이 가자고 독려한다. 큐리텔을 인수해 화학적 결합에 성공한 것도 사람 욕심과 그에 따른 적절한 후속조치 덕이다. 아직도 ‘팬택’은 정보통신업계의 A급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그런 만큼 ‘팬택’에는 이제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조직과 인력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가용 자원의 효율적 배치, 내부의 경쟁문화, 조직 충성도 확립 등 체질 변화를 이루어야 할 시점이란 지적이다. ‘함께 하고’ ‘나누는’ 만큼 조직의 냉정함도 필요하다. 한편으론 성장동력을 발굴해 새로운 맨파워를 육성하고 다른 편에선 과감한 조직과 인력 재배치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작금의 성장통 치유법이란 것이다. 2005년 ‘가을’이 일시적 성장통인지 고질병으로 커지는 계기가 될지, 이제 ‘팬택’의 선택만이 남았다.

 이택 편집국 부국장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