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 퍼머넌트용 약, 각종 코팅제, 폐수 정화기, 세탁기, 공기정화기, 진공청소기….
나노(10억분의 1)미터 크기로 물질을 쪼개거나 새로운 결합을 적용한 제품·기기들이 봇물을 이룬다. 주로 10∼수백나노미터(㎚)급 입자들이 사용된다. 특히 사람에게 발생하는 질병들이 대부분 나노미터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나노세계를 많이 알면 알수록 ‘불로장생’하는 지름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런데 눈을 떼지 못할 연구보고서도 잇따른다. 데이비드 워하이트 박사(듀폰연구소)에 따르면 이산화티타늄, 탄소분말, 디젤입자와 같은 나노입자는 크기가 줄어들수록 독성이 강해져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첨단 소재로 각광받는 탄소나노튜브도 쥐 허파 안에서 독성을 보였고, 20나노미터짜리 입자를 15분간 호흡한 쥐가 4시간 만에 죽었다는 실험결과가 미 텍사스대, 로체스터대 등에서 보고됐다.
동물에겐 뇌로 침투하는 독성물질을 막는 튼튼한 방어벽이 있지만 나노입자 앞에선 무용지물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로 쥐에게 지름 35㎚짜리 탄소입자를 흡입시켰는데, 24시간 만에 뇌 뒤쪽에서 발견됐다. 쥐가 막지 못한 크기라면 사람도 막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이미 우리 뇌 뒤쪽에 쌓이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
나노입자가 우리 몸 어느 곳이든 들어간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될 것 같다. 세포 외벽을 들락거릴 만큼 작은 나노입자가 생체 유전정보가 담긴 디옥시리보핵산(DNA)을 파괴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나노입자인 풀러렌도 빛에 노출되면 활성산소를 만드는데, 이 활성산소가 DNA에 손상을 입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에겐 아직 아직 나노입자를 걸러낼 만큼 촘촘한 그물이 없다. 다만 나노입자를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적용하기 전에 좀더 세심하게 조사·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목청을 높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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