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빛의 전쟁

 빛의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전자산업의 전통적인 강호 일본과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나라 간 피할 수 없는 대결이다. 특허권이라는 첨단 무기를 앞세운 일본의 공세에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일본 기업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국내 기업 간 연합전선을 통한 효과적인 대응이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 빛과 어둠을 가르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벌어질 참이다.

 차세대 광원으로 불리는 발광다이오드(LED)의 원천특허를 갖고 있는 일본 니치아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 시장을 겨냥해 특허공세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치아는 최근 우리나라 특허청에 칩·패키지 등 LED 전반에 걸쳐 3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 중 절반 정도는 이미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는 한 나머지도 조만간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니치아는 그동안 특허별로 분산돼 있던 법적 대리인을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장으로 단일화함으로써 특허전쟁을 위한 전열을 정비했다는 게 국내 업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니치아는 LED 원천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이를 내세워 세계 LED 시장의 60% 정도를 장악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니치아의 특허공세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LED산업은 근본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기업들은 다른 해외 기업과 특허 사용 계약을 했고 서울반도체는 독자적인 기술 확보로 니치아의 특허 공세를 피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 LED 업체는 무방비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광범위한 니치아의 원천특허를 피할 수 있는 노하우가 부족한 국내 기업들은 공동 대응이 절실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니치아의 본격적인 특허공세에 앞서 국내 기업들 간 특허 소송에 맞소송, 민사소송 등이 얽히고 설켜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대만에서는 AOT 등 10여개 업체가 모여 LED 관련 협의조직을 구성, 전 산업계 차원에서 니치아의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눈물나는 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LED는 전력소비가 전구의 약 12분의 1에 불과하고, 수명은 전구의 100배 이상이며 반응 속도 또한 기존 전구보다 1000배 이상 빠르다. 이 때문에 휴대폰을 비롯해 이미 LCD TV의 광원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용 광원은 물론이고 형광등 등 각종 조명기기를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상품이다. 따라서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차세대 광원으로 불리는 이유다. 우리가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얘기다. 당연히 니치아의 특허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전례상 합의보다는 아예 해당 국가의 산업 기반을 무력화하는 니치아의 특허공세 전략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들로서는 더 넓은 시각에서 공동대응을 모색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대만의 사례에서 보듯 업체 간 협의회를 통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점이다. 또 특허를 둘러싸고 업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만큼 정부의 조정 역할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 갖고 있는 특허 정보를 중소기업과 함께 공유하려는 상생의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이미 세계적으로 등록된 LED 관련 특허가 어떤 것이 있고, 이를 피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도 특허 문제에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중소기업 CEO들은 하소연한다. 미래의 빛을 우리 것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어둠 속에 남아 있을 것인가. LED업계의 대승적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