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이동방송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유럽의 DVB-H가 영국·프랑스·독일서 본격적인 휴대이동방송 주도권 다툼에 들어갔다.
16일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지역 방송사들은 DVB-H에 이어 지상파DMB의 시험방송 일정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방송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두 기술간 한판 승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과 영국은 이날 정통부 14층 중회의실서 진대제 장관과 영국 무역투자청의 특별대표인 앤드류 왕자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4월 런던 북부 옥스퍼드 지역을 대상으로 BT·오렌지·BBC·채널4·프론티어실리콘 등 영국 측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삼성전자·LG전자·퍼스텔·온타임텍·픽스트리 등 한국 측 기업과 기관이 공동으로 지상파DMB 시험방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내달부터 지상파DMB 시험방송에 들어가는 프랑스는 4개 시험방송 컨소시엄이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3개 컨소시엄이 DVB-H를, 1개 컨소시엄이 지상파DMB를 택할 예정이다. 독일 역시 올해 초 바이에른주를 대상으로 지상파DMB 시험방송을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두 휴대이동방송 기술의 비교 평가를 통해 지상파DMB의 유럽시장 진출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이 주도하는 지상파DMB는 유럽의 디지털오디오방송(DAB) 연장선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여전히 노키아 등의 DVB-H가 주도하는 상황이어서 지상파DMB 상용서비스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어디까지나 지상파DMB의 내용이 DVB-H 주도의 시험방송 성격이기 때문이다.
독일과 중국 등이 지상파DMB를 채택하기로 했지만, 실제 해외 시험방송은 프랑스가 처음 들어가는 셈이고 영국이 내년 4월 들어간다는 점에서 보면 분명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영국 무역투자청의 특별대표로 방한한 앤드류 왕자는 이날 “영국을 포함한 유럽은 현재 DAB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기술의 연장선에서 보면 지상파DMB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두 나라 정부와 산업계가 2년여에 걸쳐 꾸준히 노력, 공동으로 시험방송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DVB-H 진영은 이미 이탈리아·영국·스웨덴·네덜란드·독일 등지에서 DVB-H 시험방송을 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DVB-H 3개 컨소시엄도 이미 9월부터 시험방송을 실시하는 등 유럽 휴대이동방송 시장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프랑스 시험방송에 프로그램을 공급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수에서도 DVB-H 진영이 51개, 지상파DMB 진영이 VDL 자체 라디오 방송 1개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DVB-H 방송을 위한 주파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조건이 지상파DMB에 불리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유럽에서는 DVB-H 관심이 매우 높은 반면 단말기 개발은 미흡한 수준”이라며 “국내 단말기 업체들도 지상파DMB 시장의 개화에 능동적으로 응하면서 DVB-H 시장에 대한 준비도 겸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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