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MS, 분쟁 대신 윈윈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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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대립각을 세워왔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다음이 3000만달러(약 315억원) 딜로 전격 화해하면서 이제 관심은 다음과 MS의 협력 내용 그리고 향후 공정위의 심결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일단 다음은 최소 330억원의 현금을 확보, 유동성 부족을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 MS도 국내 대표적 포털 업체와 포괄적으로 제휴, 한국 내 인터넷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따라서 IT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두 기업 간 합의에 따라 어떤 분야의 협력이 강화될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또 하나는 향후 판결을 남겨놓고 있는 공정위가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지난 7월 이후 수차례 전체회의를 가지며 MS의 불공정 여부를 심의해온 공정위는 이달께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의 판결에 앞서 MS는 다음과 화해를 유도해내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공정위가 약한 제재나 무혐의 판결을 내릴 경우 자칫 ‘국가기관조차도 MS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도 부담스럽다.

 ◇현금 유동성 확보한 다음=합의에 따라 MS는 다음에 일시불로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우선 지급한다. 또 1000만달러 규모의 광고 위탁과 1000만달러 규모의 사업 협력 자금도 대주기로 했다.

 다음은 막대한 자금이 유입됨에 따라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라이코스 등 글로벌 자회사 관련 부담, 내년과 내후년에 돌아오는 700억원 규모의 채권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숨통을 트게 됐다. 다음은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채권 상환 역량이 되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변했는데, 전문가들은 MS와의 합의를 염두에 둔 답변이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지난 3분기 자회사들의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경영상 이유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다음이 확실한 캐시플로(수익원)가 없다는 점이다. 올해 초부터 다음이 KT·CJ·일본 라이브도어 등으로부터 인수합병(M&A)설에 시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포털 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확실한 수익원이 없는 다음이 이번 MS와의 합의를 통해 어느 정도 현금을 확보, 유동성을 가지게 돼 향후 경영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합의는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 사업 협력 어디까지=합의 계약 조건에 대해 두 회사는 구체적 사업 협력과 광고 위탁 등을 상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MS의 광고를 다음에 게재하는 기간과 다음이 MS 측에 제공하는 온라인 콘텐츠 역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하지만 메신저 끼워팔기 피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다음이 MS와 전격 합의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메신저 시장에서 8%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다음이 이 기회에 메신저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구글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검색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MS는 한국에서 다음과 손을 잡음에 따라 검색·커뮤니티·메신저 등 인터넷 사업에서 전방위적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MS는 최근 본사 임원이 엠파스를 방문, 검색 사업에 대해 깊이 있는 의논을 한 바 있다. MS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빌 게이츠 회장이 밝힌 “인터넷 분야에서 다른 업체를 따돌리기 위해선 먼저 기회를 잡아야 하며, 빠르고 단호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말과 궤도를 같이 하고 있다.

 방은주·김민수기자@전자신문, ejbang·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