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일본산 불법 개·변조 게임에 대해 ‘사용 불가’에 해당하는 심의보류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이들 게임의 범람으로 국산 아케이드 게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케이드 업계는 현재 오락실에 설치된 성인용 게임의 60% 이상이 일본산 보드를 수입해 개·변조한 게임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게임 제작 업체들의 입지가 위협을 받고 있다.
◇일본물 범람=최근 성인용 게임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기기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일본산 게임이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아케이드 제작 업체들은 ‘야마토2’ ‘에반게리온’ ‘스타워즈’ 등 일본산 성인 게임기의 중고 보드를 수입해 외장만 국내 실정에 맞게 바꾼 후 유통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영등위 등급심의 자료에 따르면 ‘XX야마토2’ 등 ‘야마토’란 이름이 들어간 게임은 지금까지 60여개에 달하고 있다.
◇국내 개발 업체 죽을 맛=이처럼 불법 개·변조한 게임이 범람하자 국내 게임기 개발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 발붙일 자리를 잃고 있다. 중고 보드를 채택한 게임기의 경우 국내에서 순수 개발한 게임기에 비해 30∼40% 저렴해 오락실 업주들은 불법 개·변조한 기기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아케이드 게임 개발 업체의 한 관계자는 “보드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값싼 일본산 중고 보드를 채택한 게임기를 이겨낼 수 없다”며 “게다가 이러한 게임이 국산으로 위장해 유통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직접 진출 눈독=최근 일본 아케이드 게임 제작 업체들은 자사의 보드를 분리해 불법 개·변조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고문을 현지 관련 잡지에 게재하고 있다.
이는 한국으로 중고 보드를 수출하는 현지 업체를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개·변조 게임을 제작해온 국내 업체들은 저작권의 덫에 발목 잡혀 한국의 아케이드 게임 산업이 일본 업체에 먹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소급적용 문제 논란=영등위는 국내 성인용 게임기 산업을 부활시키기에는 미흡하지만 이 같은 개·변조 게임에 대한 강화 조치가 부활의 단초를 제공할 것을 보고 있다.
그러나 영등위는 이미 유통되고 있거나 현재 심의 대기중인 게임기에 새 규정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혀 논란의 여지를 남겨뒀다.
아케이드 게임 제작 업체 한 관계자는 “소급적용하지 않을 경우 업체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새 규정 적용 전에 등급심의 물량이 몰려드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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