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부터 3년간 퀄컴에 1조4000억원을 지급했다” (2005년 9월 23일)
“CDMA 모뎀 칩 시장 퀄컴 독점시대 막 내렸다” (2005년 10월 25일)
퀄컴과 한국. 이제 애증관계로 정리해도 될 듯하다. 퀄컴이 미국 100대 기업에 선정되고, 삼성전자, LG전자가 세계 휴대폰 시장 정상수준에 도달한 것은 분명 퀄컴과 한국 기업의 ‘윈윈’ 덕분이었다. 그러나 퀄컴과 한국의 허니문 기간은 이미 끝났다. 한국은 퀄컴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국부유출로 규정, 최대한 낮추려 한다. 퀄컴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이어 인도,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
그러나 퀄컴은 여전히 한국 기업의 극복대상이자 ‘벤치마킹’ 대상 기업이다. 퀄컴이 세계 이동통신 반도체 및 시스템 시장의 ‘기린아’가 된 것은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반도체 개발 이후에 시스템화에 성공하고 이를 세계화, 결국 ‘시장 장악’에 도달했다.
퀄컴은 한국의 시스템IC(비메모리) 회사들이 어떻게 기술을 장악하고 이를 세계화할 것인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술이 힘이다’= 퀄컴에 있어 기술력은 회사의 존재의 이유와도 같다. 연구개발이 뜻대로 안되면 사온다. 지난 8월 퀄컴은 8억5000만 달러에 4세대(4G) 이동통신 핵심 기술 보유업체 플라리온을 인수했다. 이 인수합병은 전문가 사이에 ‘호랑이에 날개단 격’이란 평가를 받았다. 차세대 모바일 기술의 핵심인 CDMA와 직교주파수분할다중접속(OFDMA) 원천 기술을 보유 보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퀄컴이 이미 OFDMA를 연구개발하고 있었으며 기존 퀄컴의 연구원들도 개발을 지속, 플라리온과 경쟁을 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퀄컴의 입장에선 둘 중 하나만 성공해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퀄컴이 2010년 이후 전개될 4G 이동통신에서도 기술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퀄컴은 올 예상 매출 55억∼57억 달러 가운데 30%를 기술료로 벌어들일 전망이다. 퀄컴의 힘은 무엇일까? 퀄컴이 △반드시 써야하는 핵심 기술 보유 △기술료 수입이 매출 비중의 30% △다른 것은 다 양보하더라도 칩 개발과 연구에 회사 역량 집중 △작자 와중에도 연구개발비를 늘렸다는 점은 한국 기업에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핵심만 키운다’= 2005년 퀄컴의 현안은 ‘미디어플로’다. 미디어플로는 한국의 지상파DMB, 유럽의 DVB-H와 같이 기존 통신망을 이용 방송을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 미디어플로 상용화를 위해 퀄컴은 미디어플로USA를 설립, 700MHz 대역의 채널 5번을 확보, 직접 방송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 2월 시범방송을 거쳐 10월에는 전미지역에 상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도체 및 시스템 업체 퀄컴이 직접 방송 사업에 나서는 것은 의외다. 그러나 퀄컴의 대답은 간단하다. 롭 첸더 퀄컴 부사장은 “미디어플로가 미국에서 본 궤도에 오르면 방송 사업에서 손을 뗄 것입니다. 과거에 퀄컴이 휴대폰 사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CDMA 상용화를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휴대폰 제조는 퀄컴이 잘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결국 매각했습니다. 퀄컴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협력을 통한 세계화’= 기술력이 시장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은 반도체 업계의 오랜 교훈이다. 퀄컴은 이동통신 분야 독보적인 기술력을 시장으로 연결, 성공가도를 달렸다. 퀄컴의 성장 배경은 ‘협력’에 있다.
퀄컴은 파트너로 하여금 ‘같이 하면 이긴다’는 확신을 준다. 그러나 퀄컴은 영속 가능한 회사가 될 것인가. 이같은 물음은 인도와 중국에 물어봐야할 것 같다. 현재 퀄컴의 가장 확실한 수입원은 한국 업체들이다. 중국의 차이나유니콤이나 인도의 릴아이언스 그룹과도 협력하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다. 확실한 수입원인 한국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미국이나 남미 시장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뭔가 확실한 수입원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이런 면에서 퀄컴의 미래가 중국, 인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퀄컴은 2002년 7월 베이징에 대규모 R&D 센터를 건립했다.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에 2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한국 기업들에 비난을 들으면서도 중국에 더 낮은 기술료를 허락하기도 했다.
퀄컴코리아의 관계자는 “퀄컴은 협력을 했을 때 어떤 부분에서 이익이 나는가를 명확히 한다”라며 “전 세계 사업자들이 퀄컴의 제안을 쉽게 넘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폴 제이콥스 퀄컴 CEO
“무선 인터넷이 유선 초고속인터넷보다 세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폴 제이콥스 퀄컴 CEO는 누구보다 무선 인터넷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90년 개발자로서 퀄컴에 합류한 이후 스스로 약 25개의 무선기술에 대한 특허를 만들었으며 플랫폼 브루(Brew)의 세계화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브루에 대한 애착이 크다. 제이콥스 CEO는 “브루가 퀄컴의 새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브루사업에서 매출 2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1년 사이에 약 2배의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퀄컴의 성장산업은 헬스케어, 게임,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될 것으로 보고 사업 방향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폴의 취임 이후 퀄컴은 휴대방송 솔루션 ‘미디어플로’와 유저인터페이스(UI) 구축 솔루션인 ‘유아이원(ui―One)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디어플로는 최근 유럽의 IBC와 미국에서 열린 CTIA와이어리스2005 행사에 칩셋과 방송서비스를 선보여 유럽 및 아시아 진출을 꾀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전역에서 미디어플로 상용화에 들어가게 된다”라며 “미국에서 성공한다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기술과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 제이콥스는 특히 헬스케어 솔루션에 큰 관심을 보였다. 휴대폰이 삶의 질 향상에 직접 기여할 수 있으며 사업 기회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퀄컴이 5년 후 무엇을 할 것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심장마비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에게 휴대폰을 통해 당장 병원에 가라고 알려줘 생명을 구한 사례가 있다”라며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측정하는 기능이 있는 밴드를 몸에 붙이고 관련 정보를 휴대폰으로 환자 본인은 물론 보호자와 주치의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20주년 맞은 퀄컴
퀄컴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창립자 어윈 마크 제이콥스 박사와 6명이 설립한 퀄컴은 코드분할다중액세스방식(CDMA) 이라 불리는 무선 기술을 입증하고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통신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퀄컴(QUALCOMM)의 어원은 ‘수준 높은 통신(QUALity COMMunications)’이다. 창립 이후 20년 동안 CDMA에서 출발, WCDMA를 거쳐 4세대 이동통신까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이동통신 기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퀄컴은 지난 20년간 이동전화의 CPU에 해당하는 MSM(Mobile Station Modem) 칩과 BBA(Baseband Analog Processor) 칩 원천기술을 보유, 해마다 상당액의 기술료를 벌어들였다. 퀄컴이 원천기술을 위해 공들이고 있는 노력을 보면 ‘기술료’ 수입이 이해가 간다. 퀄컴은 약 3900개의 미국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30개는 CDMA 라이선스, 60개는 WCDMA 및 TD-SCDMA와 관련됐다. CDMA는 이미 공개된 기술이지만 핵심 기술은 퀄컴의 특허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퀄컴 특허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퀄컴은 반도체 회사만은 아니다. 퀄컴은 10개의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3세대 칩셋사업의 퀄컴CDMA테크놀로지스(QCT)를 대표로 휴대방송 기술 및 서비스 사업을 하는 미디어플로 테크놀로지스, 무선인터넷 표준인 브루와 인터넷전화 솔루션인 큐쳇(QCaht)의 퀄컴인터넷서비스, 기술료를 관리하는 퀄컴테크놀로지라이선스 등이 있다.
퀄컴은 최근 행보에서 QCT나 라이선스에 주력하기보다는 미디어플로 및 브루의 세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퀄컴은 2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폴 제이콥스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퀄컴코리아 관계자는 “모바일 콘텐츠를 휴대폰에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 ‘브루(BREW)’와 통신·방송 융합 시대를 대비한 퀄컴의 이동방송 규격 ‘미디어플로(MediaFLO)’ 사업을 책임졌던 폴 제이콥스가 CEO로 선임 돼 앞으로 칩 기술 회사에서 ‘시스템’ 사업자로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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