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정확히 말하면 ‘가금 인플루엔자’가 또다시 지구촌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H5N1’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전염이 가능한 ‘인간독감’으로 발전할 경우 순식간에 수백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그 피해는 추정하기도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조류독감과 지난 1918년에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이른바 ‘스페인 독감’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져 전문가들을 더욱 경악하게 하고 있다.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8년에서 1919년 사이에 주로 참전 군인들에 의해 확산한 독감으로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 정도가 감염됐으며, 최소 2500만 명에서 50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는 인류 최대의 재앙이었다. 이것은 중세 이후 유럽 전역을 황폐화시킨 흑사병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망자 숫자다.
그동안 스페인 독감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었으며, 다만 조류로부터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만 제기돼 왔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한 연구팀이 1918년에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해 알래스카에 묻힌 한 사망자의 폐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채취해 재생시킨 결과, 사망자의 몸에서 나온 ‘H1N1’ 바이러스가 지금의 조류독감과 같은 종류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스페인 독감은 ‘사람 간 전이가 가능한 조류독감’이었으며 만일 지금의 조류독감이 변종을 일으켜 스페인 독감과 같이 사람 간 전이가 가능해 질 경우, 그에 능가하는 전 지구적 재앙을 불어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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