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경의 스타리그 엿보기](22)외계인 저그 박경락의 부활

아마추어와 프로가 모두 참가한 최초의 전국규모 오픈대회인 ‘코리아 e스포츠 2005’ 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삼성전자칸이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보여준 경기 내용은 단순히 삼성전자의 우승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이변과 사건에 주목하게 만든다.

그 가운데 오랜 부진에 허덕이던 박경락의 부활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박경락은 일명 ‘조진락(조용호·홍진호·박경락)’의 한 축으로, 저그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하는 3인방중 한 명이었으나 그동안 오랜 침체기를 겪어오며 잊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박경락이 보여준 플레이는 예전의 그 ‘경락 마사지’의 부활을 선언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훌륭했다.

박경락의 플레이스타일은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진호의 폭풍이 박성준에게 이어져 투신의 전투가 되었고, 조용호의 인내는 박태민에게 이어져 운영의 마술이 될 수 있었다. 홍진호의 폭풍은 상대방의 병력이 모일 틈을 주지 않는 것이고, 조용호의 인내는 상대보다 더 많은 병력을 준비해 싸운다는 개념이다. 이 두 가지만을 상대하는 테란과 프로토스는 과정은 다소 다를지라도 주력 군대에 충실하면 된다는, 뿌리가 같은 해법을 준비하면 됐다.

하지만 박경락의 ‘경락 마사지’라고 불리우는 동시 다발적인 분산 공격은 박경락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해 낼 수 없었다. 맵의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인 전투를 주도해 모여야 강해지는 테란과 프로토스의 군대를 모이지 못하게 하는 그의 스타일은 지금까지 보여온 다른 저그 유저들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이같은 스타일은 박경락의 부진과 함께 대가 끊기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박경락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독특하고 멋진 스타일을 팬들 앞에 다시금 완벽하게 내놓았다. 당시 박경락을 상대했던 송병구에게는 마치 ‘외계인’처럼 느껴질법한 보도 듣도 못한 스타일이었을 게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저그가 부진한 원인으로 이같은 박경락 스타일이 자취를 감추면서 테란과 프로토스가 비교적 단순한 패턴의 저그를 상대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이번 케스파컵은 삼성의 첫우승보다 박경락의 부활을 더 큰 성과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진화는 언제나 다양성을 향해 나아가고, 진화의 목적은 생존이다. 그리고, 진화의 최종적인 목적은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서는 것이다. 저그의 진화에 발맞추어 테란과 프로토스 역시 한 단계 진화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게임해설가 next_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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