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발매만 하면 순위 1위에 오르는 콘솔 게임처럼 오픈 베타 테스트 문을 열자 유저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갔다. 현재 ‘로한’은 게임 순위 7위에 랭크됐으며 앞으로 더 오를 기세로 서버의 나사가 빠질 정도로 맹렬히 돌아가고 있다. 급히 서버 2대가 증설된 것은 물론이다.
‘로한’의 인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차별화되는 특이한 시스템이 포함돼 있으나 그정도로 이렇게 많은 유저가 처음부터 몰리기는 힘들다는 목소리다. 또 4년 동안 공을 들여 완성도를 높인 것이 클로즈 베타 테스터에게 인정받아 입소문이 퍼졌다는 의견도 있다.
더게임스의 크로스리뷰팀은 ‘살생부’ 시스템과 ‘랭크·결속’ 시스템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한목소리로 매력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섭 기자는 “밸런스만 잘 다듬는다면 재미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나 윤주홍 기자는 “왠지 씁쓸하다”며 ‘리니지 2’식의 MMORPG를 벗어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장르: MMORPG 플랫폼: PC 온라인 개발사: 지오마인드 서비스사: 써니YNK
개발기간이 무려 4년이나 걸린 ‘로한’은 기존 온라인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색다른 시도를 모색하는 작품이다. 그래픽 중심의 개발이 아니라 게임 시스템 중심의 기획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다양하고 독창적인 시스템을 갖춘 게임이 목표다.
‘로한’에는 성장 시스템, 대전액션 활성화 시스템, 커뮤니티 시스템, 대규모 전투 시스템인 타운 건설 시스템 등 수십 여 종류의 시스템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시스템이 워낙 많아 개발진들은 시스템홀릭이라는 별칭까지 붙여 놨다.
특히 랭크·결속 시스템과 살생부 시스템 등은 이 작품의 백미이며 몬스터 AL는 똑똑한 몬스터를 등장시켜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타운 건설 시스템은 길드가 직접 성벽과 각종 건축물을 세울 수 있고 수비하면서도 타 길드가 건설중인 성을 공격할 수 있는 변형된 공성전이다. ‘로한’의 인기 비결은 각종 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유저들이 가슴 속 깊이 원했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종합: 7.6 그래픽: 7.3 사운드: 7.3 조작성: 7.7 완성도: 7.3 흥행성: 8.3한번 솔직히 말해보자. 한동안 ‘그라나도 에스파다’ ‘제라’ ‘썬’ 등 대작 3인방의 이야기로 온 게임계가 시끄러웠다. 온통 화제는 이 3인방에 몰려 다른 작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알투비트’ ‘던전앤파이터’ ‘신야구’ 등 캐주얼 게임이 유저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고 그 가운데 ‘스페셜 포스’는 나날이 매출이 늘어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년이나 질질 끌며 갑자기 시작한 ‘로한’의 오픈 베타 테스트에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중간만 가도 성공일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가고 ‘로한’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질주하고 있다.
‘로한’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것은 유저들은 여전히 ‘지루한 몬스터 사냥’을 입으로만 싫어하고 사실은 별 거부감이 없다는 점과 PK에 대해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로한’은 시스템 홀릭이라는 요상한 합성어까지 만들어가며 최대한 기존 유저들이 재미있어 하는 부분을 구현해 놨다.
특히 ‘단’ 종족의 살생부와 일종의 다단계 판매인 랭크 결속 시스템은 ‘로한’의 백미다. PK를 마음대로 허용하지만 복수도 가능하다는 밸런스와 많은 사람을 끌어 들여 자신과 연계시키는 것으로도 각종 매리트가 생기는 랭크 결속 시스템은 MMORPG 유저의 꿈이었다.
암웨이의 컨설팅이라도 받았는지 개발자들이 다단계 판매와 다름없는 이러한 시스템을 만든 것에 대해 놀랍기만 하다. 결국 ‘로한’의 성공은 전혀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는 개발자들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하다. 바로 이것이 엔터테인먼트다.
종합: 7.6 그래픽: 7 사운드: 7 조작성: 8 완성도: 7 흥행성: 9‘시스템 홀릭’이라는 낯선 장르명을 붙일 만큼 ‘로한’의 게임 시스템은 다양하고 풍부하게 준비되어 있다. 최근 온라인 게임들은 왠만큼 전투 시스템만 완성되면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고 실질적인-혹은 독창적인- 게임의 중요 시스템은 그 이후에 붙여나간다.
반면, 4년이 넘는 오랜 기간동안 개발하면서 중요한 시스템부터 시작하는 ‘로한’은 조금 다른 개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시스템 홀릭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부분에서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깊이가 깊은 온라인 게임의 가능성이 있다. 완성도 면에서도 다른 온라인 게임들보다 더욱 알차게 보인다. 특히 기존의 게임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요소인 살생부 시스템은 매우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단’이라는 PK 전문, 즉 암살 전문 종족을 준비해두고 있고 PK의 여부에 따라, 살생부가 작성돼 복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로한’만의 요소는 여러 의미에서 기존 게임들과의 차별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PK를 위해 덤벼드는 단, 그리고 파티를 이뤄 몹 뿐만 아니라 언제 칼날을 디밀고 들어올지 모르는 단 종족의 캐릭터로부터 경계하도록 만드는 이 시스템은 유저들의 환영과 반발을 동시에 사고 있다.
수 많은 유저들에게 ‘PK 허용 온라인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로한’의 시스템 중 현재 가장 눈에 띄고 유저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밸런스를 위한 게임 운영이 앞으로 중요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추후 업데이트될 타운 건설 시스템을 비롯해 현재 가장 눈길을 끄는 살생부 시스템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시스템들을 유저에게 제대로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그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종합: 7.6 그래픽:7 사운드: 7 조작성: 7 완성도: 9 흥행성: 8어느 분야가 그렇지 않겠냐만 유독 게임이란 테두리 안에선 대히트를 기록한 작품의 후광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새롭게 등장한 게임이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그 이상의 히트를 기록하지 못할 땐 ‘~식’ 게임이란 수식어가 따라붙곤 하는 것이다. 일명 ‘리니지 2’식 MMORPG가 최근 1~2년간 등장해온 게임의 수식어를 장식해온 것처럼 말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로한’ 역시 ‘리니지 2’식 MMORPG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니 벗어나지 않으려는 시도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랄까.
아이템의 착용 제한을 낮춰주는 인챈트 시스템, 자신을 죽인 유저의 이름을 등록하고 ‘복수’를 권장하는 살생부, 성장 관계를 가진 커뮤니티인 랭크 결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특징적 요소가 ‘로한’ 만의 개성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지만 불안정한 캐릭터 간의 밸런스와 플레이 시간이 늘어날수록 노가다를 종용하는 게임 스타일은 이내 ‘로한’ 고유의 색채를 바래게 만들어버리고 만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익숙한 게임 스타일은 오히려 ‘로한’의 인기비결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작품성이나 독창성과 같은 요소를 굳이 따져볼 필요 없이 ‘로한’은, 마치 소리 소문 없이 출시됐지만 비디오 가게에서 늘상 인기 상종가를 기록하는 B급 액션영화처럼 ‘안전한 재미’를 찾기 위한 유저들의 은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경쟁력이다. 익숙하지만 자칫 고리타분해질 수 있는 ‘리니지 2’식 MMORPG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로한’의 묘한 매력은 씁쓸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종합: 7.6 그래픽: 8 사운드: 8 조작성: 8 완성도: 6 흥행성: 8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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