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진대제 장관 행보 감상법

 진대제 장관의 거취 문제가 여전히 핫 이슈다. 정통부 내부는 물론이고 IT업계 사람들조차 모이기만 하면 ‘정치인 진대제’의 품평으로 화제 꽃을 피운다. 당사자야 ‘부인’ 일색이지만 주변에서는 아예 그의 ‘변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 탓에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구설이 계속된다. 오죽하면 본인이 직접 “서울시장을 포함해 선출직 단체장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6일 정통부 간부회의를 통해서다. 본인이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의 단체장 출마가능성이 확산됐다는 방증이다.

 진 장관은 곤혹스러울 것이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사람들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해석한다. 그렇다고 “뜻이 있다”고 말하면 더욱 우스운 꼴이 된다. 본인이 원했건 원치 않았건 진 장관은 이미 ‘정치권에 진입’했다. 정치 9단이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그렇다. YS 어록으로는 “정치란 내가 어떻다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비치느냐의 게임”이란다. 당사자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 장관의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팩트다. 그런 점에서 국민에게 그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함께 이미 ‘정치적 상품’으로 각인되고 있다. 언론이 거론하는 차기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의 유력후보에서도 진 장관은 단골로 지목된다. 심지어 차기 대권과 관련된 ‘잠룡’가운데 한 명으로 분류하는 언론도 있다.

 진 장관의 앞으로 행보는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 각료로서의 수명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나머지는 시계 제로다. 단체장으로 입후보하든 또다른 요직에 기용되든 아니면 아예 기업이나 학교로 옮기든 자리는 언젠가 바뀌게 되어 있다.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더라도 적어도 정치권 참여는 타의도 작용한다. 사람들은 이미 역대 정통부 장관들에게서 학습효과를 갖고 있다. 5∼6명의 정통부 장관 출신 현역 의원 및 선거 출마자도 당시에는 이구동성으로 “정치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었다. 사정이 이러니 진 장관의 현재 처지야말로 곤혹과 부담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진 장관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직에 대한 충실이다. 가뜩이나 정치적 시각으로 정통부가 국감에서 더 많은 매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가 표현한 대로 직원들의 ‘기강 해이(?)’도 지적받는다. 게다가 정통부 주변에서는 직원들 가운데 누구누구가 총애를 받고 있다느니, 어느어느 인사들이 핵심을 이룬다느니 따위의 입방아도 끊이지 않는다. 전에 없던 현상이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조직을 다시 다잡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조심해야 한다. 그가 장관직을 유지하건 신분이 바뀌건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일 잘하는 원래의 얼굴’이다. 어차피 공직도, 기업인도, 정치인도 궁극적 목표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다.

 덧붙여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2% 부족한 점을 보완할 필요도 있다. 요즘이야 상당부분 불식되었지만 벤처·중소기업의 애로사항에 더욱 귀 기울여 달라는 목소리가 아직도 엄존한다. 산업의 약자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다가서 달라는 것이다. 정통부 조직에도 ‘햇볕정책’의 구사를 희망하는 이들이 있다. 일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팍팍하고 생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인간적 친화력을 좀 더 발휘해 달라는 요구다. 업무능력이야 이미 검증받았으니 부하를 배려하는 보스기질로도 최고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 장관은 디지털시대의 키워드로 불린다. 어디서건 스타성이 빛나고 화제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일이다. 앞으로는 그의 행보에 또다른 의미와 해석이 플러스될 것이다. 그것이 공인의 숙명이다.

 이택 편집국 부국장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