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상생을 위하여

 최근 들어 산업계에서는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를 일으키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다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중소기업협동중앙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대·중소기업 협력 선언 및 이에 따른 다각적 실천 노력이다. 왜 이제 나왔나 할 정도로 고무적이다.

 알려진 대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삼성전자와 2009년까지 산하조합 대상의 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 5월부터 대기업의 휴면특허를 중소기업에 이전해 사업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대기업 퇴직인력들을 활용해 중소기업에 경영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한 여당의원은 ‘대·중소기업 협력촉진법 제정안’을 준비해 국회 회기 내 입법화추진 논의를 진행중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무엇보다도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내수경기 부진 속에 중소기업 활성화의 돌파구를 열겠다는 국민적 의지를 반영한 것이란 점에서 신선하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는 ‘수출 잘하는 기업과 대기업만 돈을 번다’는 상대적 박탈감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한 상생 사례들이 잇따라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통상 3개월 어음을 주는 하도급 대금을 납품 일주일 이내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분쟁에 대비해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공동으로 계약유지관리팀을 운영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원가이하 출혈납품에서 배제하는 분위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잘 안 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처음이라서 조율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대·중소기업 협력과 상생이 안 되는 이유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맞이하고 있는 환경이 다른 점이 첫손으로 꼽힌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하도급 기업의 납품단가를 낮추려고 한다. 또 협력업체와의 다양한 납품 및 상품 정보 등을 공유하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검증된 기업 위주로 협력관계를 가지려는 이유다.

 이는 대기업과 반대로 중소기업들에는 부담이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살기 위해 최대한 대기업의 납품단가 낮추기를 ‘저지(?)’해야 한다. 대기업이 원하는 품질을 낼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를 수도 있다. 표준맞추기라든가 품질수준에서 또는 전자결제 방식의 수금방식에 대한 대응, ERP에 따른 수급 정보 인터페이스 방식 등에서 주파수가 맞지 않을 수 있다. 당연히 중소기업으로서는 대기업과의 인터페이스 확보를 위해 또다시 돈드는 준비를 해야 할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업들도 보듬고 감싸 안자는 것이 대·중소기업 협력의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제에 대·중소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협·단체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야 이치에 맞는다.

 전자·IT·인터넷·콘텐츠·게임 등 수많은 첨단산업 관련 협회·진흥회·협의회·연구조합 등도 나서서 회원들의 권익을 살리기 위해 힘써야 한다.

 대·중소기업 협력 마인드가 있고 투자의욕이 있는 기업은 물론이요, 조금이라도 길을 알려주면 협력할 수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은 정부의 몫이기도 하지만 이들 협·단체의 몫이기도 하다. IMF 사태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고 하는 요즘 정부와 협·단체와 기업들이 조금만 더 힘을 모으면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재구 경제과학부장@전자신문,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