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 모바일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과거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를 만났다. 그가 “콘텐츠 사업을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고 말을 꺼내 모바일 콘텐츠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모씨가 벨소리 콘텐츠공급업체(CP)가 돼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식의 이야기였는데 오히려 작금의 상황에서 모바일 CP의 위상을 여러 가지 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성숙기에 접어든 이동통신 시장에서 무선인터넷 산업이 유일하게 성장을 구가하고 있으나 오히려 CP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CP는 이동통신사라는 제한된 수요자에 묶여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모바일 포털(유선계 포털 등 망 개방 참여 기업군에 의한 신규 포털)마저 활성화되지 않아 시장 규모 확대가 지지부진하고 경쟁도 치열하다.
이 가운데 모바일 게임, 음원(음악), 멀티미디어(VOD) 분야는 거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F가 앞다퉈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분야에 주력해온 CP들은 내부 경쟁과 SK텔레콤·KTF의 콘텐츠 정책 변화에 따라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CP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게임 분야는 300여개에 이르는 CP 간 진입과 퇴출이 수시로 일어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KTF의 경우 200여개에 이르는 모바일 게임 개발 회사 가운데 60여개만 추려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SK텔레콤은 게임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심사를 강화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CP의 수가 제한돼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은 상위 몇몇 업체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반면 25% 가량의 CP는 매출이 거의 전무한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 연 매출이 10억원 이상인 CP는 25%가 약간 넘는 수준이다.
이는 성숙기에 들어선 이동통신 산업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지난 97년부터 2003년까지 무선 인터넷 산업이 급속히 확대됨에 따라 관련 CP 또한 급팽창했으며, 일부 CP는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결과 CP 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경쟁에서 뒤처진 CP들은 퇴출 위기에 처했다.
국내의 모든 무선 인터넷 분야가 계속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벨소리·통화연결음 등은 시장 규모가 크지만 성장성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경쟁만 극심한 상황이다. 음원 콘텐츠 분야에서도 이동통신사의 시장 참여가 이어짐에 따라 중소 CP들이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신규 분야인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휴대 인터넷 등 무선 서비스가 기존 CP의 생존을 보장하거나 시장 확대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모든 산업에는 흥망성쇠의 주기가 있는데 CP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 콘텐츠 관련 저작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음원·게임·주문형비디오(VOD) 등 킬러 콘텐츠 분야에 대한 대형 CP와 이동통신사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이미 변혁기 또는 구조조정의 과도기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소 CP들에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극심한 레드오션이 돼버린 상황이다.
지금은 변하는 무선 인터넷 환경에 맞게 콘텐츠 유통망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시기다. 우선 CP를 위한 다양한 수요처 개발과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또 무분별하게 시장에 참여한 영세 CP들의 정리도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무선 인터넷 망 개방의 실질적 확대와 북미·유럽·중국 등 해외 시장 개척도 진척돼야 한다. 당국 차원에서도 콘텐츠 테스트베드와 기술 지원 및 유통 정보 제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모바일 콘텐츠 분야 CP들이 제2 도약기를 맞으려면 바로 이런 환경이 선행돼야만 가능할 것이다.
◆백재영 와이즈인포 사장 business@wiseinf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