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PC방, 상생 성공할까?

‘PC방이 살아야 게임도 산다’ ‘넥슨사태’ 이후 극한 대립 양상을 보여왔던 PC방과 온라인게임업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되는 것인가? 게임업체들이 PC방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PC방에서 잘돼야 대박 친다’는 말이 통념처럼 굳어지면서 ‘PC방효과’를 위한 온라인게임업체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 것. 특히 야후가 퍼블리싱 중인 MMORPG ‘실크로드’가 적지않은 수익금을 PC방에 환원해주는 ‘수익 셰어’ 모델이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회원 1200여만명, 동접 20만명을 자랑하는 국민게임 ‘카트라이더’. 당대 최고 히트작으로 분류되는 이 게임은 최근 상승세가 한풀 꺽였다는 평이다. MMORPG에 비해 롱런이 어려운 장르적(캐주얼)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PC방과의 극한 대립에서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발사인 넥슨과 PC방업계 간의 ‘IP과금 정량제 전환’을 둘러싼 극단적 대립 이후 PC방 인기 순위가 단숨에 3위로 전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반면, 오픈 베타 이전부터 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PC방 평생 무료화’를 선언한 네오위즈의 ‘스페셜 포스’. 만만찮은 IP 과금을 포기하고, 대신 PC방업계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낸 덕택에 이 게임은 세계적인 경쟁작 ‘카운터 스트라이크(카스)’를 시장에서 축출(?)한데 이어 수 개월전부터 국민게임 ‘카트라이더’와 ‘스타크래프트’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PC방 인기 정상에 당당히 등극했다.

PC방이 온라인 게임업계 오프라인 마케팅의 최고 전략적 요충지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PC방이 온라인 게임의 성패를 좌우할 만한 파괴력을 내기 시작하면서 PC방업계의 입김이 세지는 동시에 게임업계의 ‘러브콜’이 본격화하고 있다. PC방 과금 대신 ‘PC방 효과’를 노린 ‘전면 무료화’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것. 특히 PC방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료화는 물론 PC방에 수익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상생 모델까지 등장, 각광받고 있다.

# 실크로드’ PC방 수익환원 화제

대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뜻밖의 ‘횡재’를 했다. ‘실크로드’ 총판인 하이브리드ENT로부터

지난달 이 PC방을 통해 발생한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약 200만원을 돌려받은 것. 시간당 500∼700원에 불과한 이용료 수입에 적지않은 게임 IP요금을 내고나면 수익이 빤한 상황에 비춰보면 생각지도 못한 ‘로또’에 당첨된 것이다. 야후코리아가 지난 상반기에 ‘실크로드’를 상용화(부분 유료화)하면서 유저들이 가맹PC방(야후게임대리점)에서 아이템 구매 등에서 비롯된 매출의 10%를 환원해주기로한 영업 전략에 따른 결과다.

야후에 따르면 지난 7월엔 한달에 수 십만원∼수 백만원대의 의미있는(?) 환급금을 받은 PC방만도 전체 야후 대리점의 20%대인 3000여개에 달한다. 지난달엔 무려 4500여 PC방이 ‘실크로드 수익금’을 보너스로 받았다. 현재 전국에 야후 게임 대리점으로 등록된 PC방은 1만6000개. 야후는 이에따라 ‘실크로드’에 이어 앞으로 ‘맞고’ ‘포커’ 등 웹보드게임을 비롯해 향후 모든 야후게임에 대해 PC방과 수익 셰어 모델을 적용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적지않은 게임업체들이 PC방 무료화와 함께 수익금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주는 가격 정책을 펼쳤지만, 실질적으로 PC방에 환금을 해준 사례는 ‘실크로드’가 사실상 처음이다. 야후게임 이범휘과장은 “그동안은 한물 간 게임들이 이런 정책을 폈지만, ‘실크로드’는 게임성과 인기를 검증받은 게임이란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면서 “일선 PC방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 퍼블리셔, 개발사, 총판 등 모든 관련 업체들이 윈윈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PC방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잃는 것보다 얻을게 더 많다

현재 게임사들이 PC방과의 수익 셰어용으로 지급하는 환급금은 대략 (PC방)매출의 약 10% 수준. PC방 ID로 접속해 아이템 등 유료 서비스를 이용한 것을 월별로 정산해 10%를 되돌려 주는 것이다. PC방 업주 입장에선 게임도 무료로 서비스하는 마당에 적지않은 덤까지 받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물론 게임업체 입장에선 그 반대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게임업체들 역시 10%의 이익 환원이 당장엔 손해일 지 몰라도 그 몇 배 이상의 반대급부를 톡톡히 누린다는 사실이다.

야후의 경우 PC방 이익 환원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상용화 이후 동접이 떨어지는 관례를 깨고 ‘실크로드’ 동시 접속자 수가 약 1만7000명으로 이전보다 약 20% 가량 늘어났다. 매출 역시 지난달엔 10억원대에 육박하며, 지난 4월 유료화 초기에 비해 4개월 사이에 무려 2.5배나 늘어나는 가파른 상승세다.

이 게임은 현재 틴서버 1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12개 서버가 18세 이상 이용가로 유저 구매력이 대단히 높은 게임이며, 유저당 평균 매출 (ARPU)이 다른 MMORPG이 비해 30∼50%이상 높은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는게 야후측의 설명이다.

마니아 장르라는 ‘FPS’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동접 10만의 국민게임으로 부상한 ‘스페셜 포스’ 역시 마찬가지. 통상적으로 RPG나 RTS, FPS 등 하드코어류의 게임의 전체 매출 대비 PC방 매출은 20% 전후다. 따라서 현재 월 10억원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수익모드로 전환한 ‘스페셜 포스’ 입장에서 보면 적지않은 이익을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PC방업계의 정책적인 지원이 오히려 약이 돼 동접 10만의 국민게임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리니지’ ‘WoW’ ‘뮤’ 등 적지않은 게임이 PC방 과금으로 고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이지만, 게임간의 특별한 차별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PC방에 대한 무리한 과금은 자칫 게임 자체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윈윈 마인드 조성이 필요

일반론적으로 접근하면, 배급사(PC방)가 특정 제품(게임)을 서비스해 이익을 창출한다면 일정부분의 사용료를 내는게 당연지사다. 영화를 비롯한 다른 문화콘텐츠 역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사와 PC방과의 관계에는 독특한 특수성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PC방은 유통채널이기에 앞서 가장 대표적인 마케팅 채널로서 효과가 대단히 크다. 전문가들은 “혼자서 사용하는 집과 달리 PC방은 수 십명이 함께 즐긴다는 점에서 특정 게임이 ‘바람몰이’를 하기에 적격이란 PC방의 속성이 상당한 폭발력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PC방 점유율과 인기 순위가 게임의 흥행 지표로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현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신작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지는 요즘같은 상황에선 PC방 인기 순위가 게이머들의 선택을 좌우할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B2C 비즈니스모델인 온라인게임시장에서 다수의 게임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PC방 효과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익모델을 만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PC방 과금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덤’까지 주면서 PC방을 잡는데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게임업계와 PC방업계가 진정한 상생의 관계를 구축하기 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아 보인다. 게임의 흥행성과 개발사의 파워에 따라 갑과 을의 관계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것이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게임업계과 PC방 모두 상대방의 역할을 제대로 인정해주고, 어느 한쪽이 죽어서는 게임이 성공할 수 없다는 마인드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런점에서 야후를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수익 셰어’ 모델이 향후 양 진영간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에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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