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MBC TV ‘음악캠프’ 생방송에서 벌어진 남성 성기 노출 사고는 충격이었다. 지상파 방송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사고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시민들은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언론은 연일 관련 기사로 넘쳐난다. 럭스와 카우치라는 언더그라운드 멤버들은 사전계획하에 일을 벌였다고 한다.
사고의 주인공인 이들 헤비메탈 그룹은 대중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이들은 홍대 앞 클럽에서 주로 공연을 해 왔고 일반 대중들에게 특히, 지상파 방송을 통해 공연할 기회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이라는 전혀 낯선 환경을 통해 그들의 이름을 각인시킬 강렬한 뭔가를 찾았다. 홍대 앞 클럽에서 처럼 공연을 보고 함께 열광하고 호흡할 수 있는 팬들을 대중 속에서 찾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이들을 엄청난 파국으로 몰고 갔을까.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강렬한 충격들을 찾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말초적인 유혹들과 웹사이트마다 넘쳐나는 선정적인 사진과 동영상들…, 시대의 흐름이고 문화현상이다. 하지만 그런 자극들을 접할수록 보다 강렬한 자극을 찾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성은 없고 본능 만이 우리를 지배한다.
만족을 자기자신이 아닌 남에게서 찾는 풍조도 문제다. 요즘 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연예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나는 이미 내가 아니고 남들이 보는 나만 있을 뿐이다.
게임세상도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게임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남과 비교하는 희열 만을 찾는다. 남과 다른 나, 남보다 강한 나를 위해 아이템을 사고, 레벨업에 모든 걸 건다. 게임을 즐기기 보다 게임 안에 매몰되고 게임 자체에 지배당한다. 게임 속 세상과 현실을 혼돈하고 게임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문화적 풍토가 아쉽다. 말초적인 자극을 찾고 게임에 매몰되는 것은 모두 자아의 상실에서 비롯된다. 자기존중이 없이는 본능은 자극을 찾고 자극은 스스로를 중독에 빠뜨리고 만다.
문화산업 종사자들도 차제에 현실을 냉정하게 반추해 봐야 할 것이다. 문화는 사회적 현상의 반영인 동시에 사회 전반의 의식을 규정하고 선도한다. 문화를 지나치게 상업적으로만 이용하고자 해서는 자칫 그 자체에 매몰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로 인해 젊은 세대가 즐기는 모든 문화를 말세적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건전함 만이 사회를 바른 길로 이끌어 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도 문화적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문화적 갈등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장·오성민 나스카 사장 smoh@nazc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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