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의 수출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데도 이와 관련된 전략기술 수출 통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니 걱정이다. 우리 기업들이 전략기술의 수출 통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관련 주무부처에 전략기술 수출을 통제·관리할 전담 부서나 요원조차 없다고 한다. 자칫 전략기술을 잘못 수출해 우리 기업이 국제적으로 거래 금지 업체로 공개돼 수출 중단 등 막대한 피해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적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심각하다.
요즘은 외국 기업들의 국내 기업 M&A,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 구조조정 등에 따른 인력 이동 등으로 언제든지 전략기술이 해외로 수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등에서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첨단기술 헌팅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전략기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관리가 소홀할 경우 전략기술이 적성국으로 유입되는 일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전략기술 수출 통제는 전략물자와 동일하다. 전략기술은 전략물자에 들어가는 기술에다 한 나라의 국부라 할 수 있는 첨단 핵심기술까지 포함한 것이다. 따라서 전략기술은 국내에서 개발한 첨단기술을 지키는 차원에서도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지난해 유엔이 전략물자 수출 규제에 대해 모든 회원국의 협정 준수를 결의한 후 전략기술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전략물자 수출 감시를 대폭 강화하면서 미국 부품이나 기술이 10% 이상 들어간 전략물품을 북한을 비롯해 쿠바, 이란 등 6개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를 얻도록 했다. 미국은 또 해외 수출 기술은 물론이고 자국 내에서 외국인에게 기술을 제공할 때도 이를 수출로 간주, 허가를 받게 할 정도로 관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런 사정을 감안, 계도기간을 거쳐 불법 전략물자 수출에 대해 하반기 본격 단속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전략기술을 정부 허가 없이 적성국에 수출할 경우 전략물자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행정처벌을 가할 방침이다. 여기에다 기술유출 방지법 마련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전략기술 수출 통제가 허술하다는 것은 정부의 관리·감시체제에 잘못이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전략물자 수출과 관련된 사항은 산업자원부가 통제하지만 전략기술 수출은 과학기술부 관할이다. 과기부는 국가과학기술 개발·관리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부총리 부서로 격상됐다. 첨단기술 개발 못지않게 개발기술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과기부 내에 전략기술 수출 통제를 전담할 담당 부서 하나 없고 기술별로 해당 부서에서 부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전략기술 관리체제에 얼마나 문제점이 많은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정부는 우선 이 같은 허점들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함께 관리체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자진 신고에만 의존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홍보·계도를 확대하면서 조직 확충 등을 통해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술전쟁 시대인만큼 산업기술 보안 차원에서라도 주요 전략기술의 관리체계를 더 강화하고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도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법을 만든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 유출을 막아야 할 주체인 기업들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만큼 기업 내에서도 전략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자체 보안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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