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 talk]하드웨어 vs 소프트웨어

요즘 PC방에 가보면 갖추고 있는 PC사양에 대한 선전 문구를 자주 보게 된다. P4-3.0, 1G RAM, 지포스 XXX 등등. 처음에는 왜 저런 PC사양을 알려야만 하는 걸까 의아해했지만, 요즘 서비스하는 대작 온라인게임 보면서 어느 정도의 수긍이 갔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집에 있는 가정용 PC는 화면이 끊겨 플레이되거나 아예 지원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미 오래 전에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는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얘기가 화제가 됐었는데 이제 정말로 현실화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PC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는 이미 하드웨어의 발전을 기다리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그래픽 효과 측면에서 보면 더 많은 것을 표현해 내고,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려는 제작자의 욕구는 유저들이 보유한 하드웨어의 그래픽 지원 문제에 부딪혀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바일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이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특히 그래픽 분야에서 볼 때 현재 휴대폰이 26만 컬라까지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56색 기반의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있다. 하드웨어는 1000개의 색깔을 지원하는 데 소프트웨어는 그 중에서 1개의 색깔만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그래픽 구현은 물론 게임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이 상당히 더딘 곳은 바로 모바일 게임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들어 3D 모바일 게임이 다수 출시되고 있지만 이 역시 제대로된 3D 그래픽 게임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물론 모바일 게임사들이 이런 문제점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많은 색을 하나의 게임에 담으면 일단 용량 문제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게임속도와 패킷 요금 문제가 불거진다. 이런 걸림돌 때문에 모바일게임 소프트웨어가 시원스런 질주를 하지 못하고, 몇몇 메이저 게임사만 독자적으로 색깔 수를 늘려 전략적으로 대형 RPG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이동통신기기가 갖고 있는 하드웨어적 장점을 십분 활용하려면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색을 활용할 수 있는 멀티 팔레트 기술이나 다양한 색을 활용해도 용량 부담을 덜 수 있는 그래픽 용량 압축기술 등이 게임 소프트웨어에도 적용돼 이를 이용한 콘텐츠의 질적향상이 동반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2003년 말경, 우리나라 이동통신 보급률은 70% 정도로 다른 선진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3세대 폰 보급률에선 80%로 그 당시 10%대였던 일본, 미국, 독일 등에 크게 앞서 있었다. 그만큼 고성능 휴대폰 기기가 많이 보급돼 있고, 때문에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고급 모바일게임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였다.

현재 한국 모바일게임산업은 비포장 도로에서 도로가 깔리길 기다리는 시장이 아니다. 이미 8차선 고속도로가 깔려 있고, 그 탄탄대로를 얼마나 잘 활용해 달리느냐가 관건인 시장인 것이다.

<이쓰리넷 성영숙 사장 one@e3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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