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경영` 득인가 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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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말 루퍼트 머독(74)의 장남 라클란 머독(33)이 거의 보장됐던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후계자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세계적 기업들의 가족경영에 관심이 높아졌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라클란 머독의 경영권 포기 관련 뉴스를 다루면서 창업자나 오너가 경영권을 왜 자식세대에게 물려주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대답은 ‘당연히 계속해서 회사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머독가의 움직임을 통해 가족경영이나 경영권 세습 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쏟아져 나왔다. 긍적적이기보다는 이에 대한 폐해를 지적하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극명한 실패 사례는 리가스가(家)가 2002년 망하기까지 지배한 미 케이블TV업체인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이다. 창업자 존 리가스와 그의 아들이자 CFO인 티모시는 2004년 7월 사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회사 돈으로 골프클럽 회원권 등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성공적인 예도 있다.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는 로버츠가가 효과적으로 회사를 지배한 경우다. 랄프 로버츠(85)는 1990년대 초반 아들 브라이언(46·현 CEO)에게 무리 없이 모든 권한을 양도했다.

 미디어 그룹인 비아컴은 다른 경우다. 회장 섬너 레드스톤(82)이 권한을 이양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아들 브렌트는 몇 년 전 회사를 떠나 비아컴과는 관계없이 콜로라도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대신 딸인 새리가 지난 6월 부회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아버지 레드스톤은 여전히 의결권 있는 주식 71%를 놓지 않았다. 그는 딸에게 회사의 운영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신용 반도체 회사인 퀄컴 이사회는 3년 전 CEO인 어윈 제이콥스(71)의 후계자에 대해 논의했고, 결국 아들인 폴 제이콥스가 지난달 CEO직을 승계했다.

 홍콩 재벌 리카싱의 리가(家)는 아버지와 아들이 경쟁관계로 치달은 독특한 사례다. 리카싱의 아들 리처드 리는 아버지 회사 중 하나인 허치슨 왐포아에서 잠시 일하다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1990년대 초 1억2500만달러의 종자돈으로 위성 TV인 ‘스타TV’를 설립했다. 이후 머독에게 9억5000만달러에 매각, 많은 차익을 남기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홍콩 통신 사업자 PCCW의 지배 주주인 퍼시픽센트리그룹을 설립했다. PCCW는 한때 전통적인 유선 통신 사업은 물론이고 인터넷 사업에도 적극 진출, 승승장구했으나 인터넷 거품 붕괴 이후 주가가 곤두박칠쳤다. 또 유선 통신기업인 케이블&와이어리스를 사들였으나 역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PCCW는 결국 아버지 리카싱의 허치슨과 경쟁관계가 됐다.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스쿨 존 워드 교수는 “기업의 경영권을 무리 없이 넘겨주는 예는 전체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에 불과하다”며 가족경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가족경영을 진행중인 기업들은 오너 일가가 의결권 있는 주식을 확보하고 회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비아컴과 워싱턴포스트 등 많은 미디어 기업이 이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족경영체제) 회사의 투자자들은 리더이자 오너가 원하는 자에게 지휘봉을 넘겨줄 특권이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토마스 이슨만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기관 투자가들은 여러 세대에 걸친 가족체제를 선호하기도 한다. 오너가 계속해서 경영권을 가짐으로써 기업가치 향상에 꾸준히 노력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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