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인디21 게임 기획자 `레나`

“자식같은 ‘구룡쟁패’가 강호를 평정하고 앞으로 세계로 진출해 오래오래 잘 됐으면 좋겠어요.”

‘구룡쟁패’ 개발사 인디21의 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레나(26)씨의 말이다.

레나씨의 본명은 이지혜다. 하지만 레나도 사실상 본명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가족들은 모두 영어 이름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는데 그때 부모님이 헬레나로 영문 이름을 지어 줬다고 한다.

그런데 헬레나라는 이름은 친구들이 놀리기 쉬운 발음 구조로 돼 있어 레나로만 부른다고. 학창 시절부터 레나라는 이름에 익숙해 사회 활동을 하면서도 레나로 통한다고 했다. 그녀를 아는 사람은 모두 레나라고 부르며 실제로 그녀의 명함은 ‘이레나’로 찍혀 있다.

# 프로게이머 ‘레나’

레나씨는 여성 프로게이머였다. 지금은 아는 사람이 드물지만 초창기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처음 생겨나면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프로게이머가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어요. 웹 마스터라는 직업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는데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매일 배틀넷에서 놀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클랜에 가입도 하고 아는 오빠들과 어울렸는데 어느 날 대회에 나가보라는 거에요.”

당시 그녀는 청오정보통신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청오정보통신은 국내 최초로 프로게임단을 창설한 곳이다. 그것도 모르고 윗분들에게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나가도 돼냐’고 물어 봤다고 한다.

그녀는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대회에 나가기 시작해 방송을 조금씩 타기 시작했다. 그녀는 금새 유명해졌고 여성 프로게이머로서 각종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여성 프로게이머는 수명이 짧다.

몇 년 되지 않아 그녀도 다른 방향으로 ‘돈벌이’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게임 관련 프로그램의 보조 MC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메인 MC가 되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지고 부족한 면이 많아 귀엽고 다소 엽기적인 컨셉트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방송 일을 3년이나 계속했다. 생각보다 수입이 많았고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쉬는 한 두달의 기간도 있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남들은 매일 출근하며 힘들게 직장 생활을 하는데 비해 방송인으로 즐겁게 일하며 놀 수 있는 시간도 적지 않아 무척 재미있었다는 것.

# ‘잠깐만’이 몇 년으로

인디21로 오게 된 배경도 우연에 가깝다. 방송 일이 없어 집에서 놀고 있는데 때마침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이 서버 운영자로 잠깐만 도와 달라고 했다. 그래서 별 고민없이 ‘집에서 놀면 뭐하냐’는 생각에 인디21로 출근하게 됐다.

그때가 2004년 2월이었다. 그런데 서버 운영자는 무척 힘든 자리였고 예상과 달리 엄청난 시간을 소모하며 매달려야 했다. ‘잠깐만’은 몇 달이 됐고 그 사이 레나씨는 능력을 인정받아 기획팀으로 발령이 났다.

서버 운영자로 일할 때는 오래 근무할 생각이 없었는데 기획자가 되면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게임을 기획하는 자리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기획자로 열심히 일했고 기획팀에서 레나씨는 실력을 인정받아 지금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덜렁거리고 남자같은 면이 있지만 맡은 일은 확실히 하는 스타일로 평가받고 있다.

“프로게이머에서 방송인이 되고 다시 개발사의 기획자가 됐지만 전혀 후회가 없어요. 회사하고 정식으로 계약을 한 날 집으로 와 ‘스타크래프트’를 컴퓨터에서 지우고 만세! 해방이다라고 외쳤다니까요. 그 기분을 아시겠어요?”

‘스타크래프트’를 처음으로 시작한 날부터 회사의 정식 직원이 될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이 게임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징그러워 죽겠다는 것. 게임을 컴퓨터에서 지우고 지금까지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에 입사하자 많은 직원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한 판만 하자며 졸랐으나 결코 하지 않았다고 한다. 파란만장하다면 파란만장하다고 할 수 있는 레나씨는 그렇게 게임 기획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매일 새벽까지 일하고 택시타고 집으로 향하죠.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하다보니 몸도 많이 불었어요. 하지만 게임 기획자라는 직업은 제게 맞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해야죠. 자식같은 게임인데 성공하는 날까지 여기서 보고 싶어요.”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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