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이면 삼보컴퓨터가 경기도 안산 2공장으로 본사를 옮긴 지 꼭 한 달을 맞는다. 삼보는 지난 5월 중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6월 말 법정 관리인이 선임된 데 이어 관리인 주도로 지난달 4일 본사 이전과 함께 ‘비전 선포식’을 여는 등 불과 2개월여 동안 숨가쁘게 달려 왔다.
법정관리와 함께 새로운 비전을 발표한 지 한 달 남짓. 다시 찾은 삼보의 새 보금자리는 어느 때보다도 활기가 넘쳤다. 관리인 선임 이후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 가는 모습이었다. 법정관리 신청 당시 어수선한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법정 관리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생산라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뜨겁기만 했다.
본사 격인 안산 2공장은 2층에 생산라인과 품질 검사·연구 시설이 모두 집결해 있다. 이전 1공장 당시에는 1·2층을 사용했지만 법정관리 후 내수에 집중하면서 전체 생산 규모는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이곳에서는 삼보의 대표 데스크톱 모델인 ‘루온 올인원’을 시작으로 슬림 PC 등 내수용 데스크톱PC를 생산하고 있다. 전체 데스크톱PC 생산 규모는 연간 50만대. 각 라인에서는 200여명의 종업원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생산 파트를 책임지고 있는 천병선 부장은 “법정관리 신청할 당시만 해도 생산량이 ‘휘청’ 했지만 법정관리 체제가 점차 자리 잡으면서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제품 출하가 본격화됨에 따라 법정관리 이전 침울했던 회사 분위기도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보는 법정관리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던 지난 2분기에 PC 11만여대를 팔아 16%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 이는 삼성전자보다는 뒤처지지만 LG전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7월 초 선보인 ‘에버라텍 4200’ 모델은 출시 2주 만에 2000대가 팔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주춤했던 TV 홈쇼핑에서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3일 한 달여 만에 새로 시작한 첫 현대홈쇼핑 방송에서 데스크톱PC 기획 모델로 1200대를 팔아 치웠다. 이어 9일에는 1500대를 판매했고, 우리홈쇼핑까지 채널을 확대해 3회 방송으로 3000여대를 판매했다. 홈쇼핑에서 PC 품목은 회당 평균 500대 정도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박일환 관리인은 “삼보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은 데는 전체 직원의 힘도 컸지만 대리점·AS 아웃소싱 업체, 삼보를 믿어 준 고객 등 보이지 않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며 “내부적으로도 해외 인력을 국내 마케팅과 영업 조직으로 재배치하고 안산 공장을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조정 작업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보는 이미 ‘법정관리’라는 타이틀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달 한 달 동안에만 ‘에버라텍 4200’ 모델 4000∼5000대, ‘에버라텍 1000’ 모델 2000대를 판매해 노트북PC 시장의 돌풍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는 한 달 평균 전체 소형 노트북PC 시장의 50%가 넘는 수치다.
휴가 시즌을 겨냥해 홈쇼핑 특집 방송도 준비중이다. 데스크톱뿐 아니라 노트북PC 등으로 라인업을 다양화해 홈쇼핑 부문 1위를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홈쇼핑 담당 지승현 차장은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AS를 전담하는 유베이스와 협업을 통해 홈쇼핑을 국내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힘줘 말했다.
안산 임직원의 눈동자에서 더는 법정관리중인 ‘삼보’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사진: 새로 이전한 삼보 본사 전경과 생산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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