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3부)정상으로 가는 길⑤팹리스·파운드리 동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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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기술 협력이 절대적인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한 번 해외로 나간 팹리스 업체가 다시 국내로 회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국가차원에서 볼 때는 반도체설계산업도 양산공정산업도 모두 해외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국내 파운드리산업은 설 땅을 잃게 됩니다.

-지난 4월 22일 반도체산업협회 주최 팹리스업계 간담회에서. 조중휘 차세대반도체성장동력사업단장.



◇팹리스 해외로 해외로=국내 팹리스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 파운드리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적시에 제품을 찍을 수 없어 해외로 나가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 팹리스는 지난 2000년과 2001년, 그리고 2004년 초 ‘파운드리를 구하지 못해 제품을 출하하지 못하는’ 쓰라린 경험을 맛 봤다. 파운드리 가동률이 국내는 물론 대만·중국까지 100%를 넘어서면서, 메이저 고객이 아니면 찬 밥 신세를 면키 어려웠다. 팹리스 한 CEO는 “솔직히 말해 당시 국내 파운드리업계에 큰 실망을 했다”며 “차라리 해외 파운드리업체들은 고객 관리 차원에서 다양한 제안을 해 왔지만 국내 파운드리는 그런 노력 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팹리스들이 기술과 서비스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지는 한국을 뒤로하고 대만·중국으로 떠나고 있어, 국내 파운드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팹리스 전용 파운드리 필요=전자신문이 IT-SoC협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팹리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업체의 절반 가까운 48%가 팹리스 설계업체만을 위한 전용 파운드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파운드리 업체의 라인을 임대하거나 일정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 8%를 포함하면 전용 생산라인에 대한 요구는 60%에 육박한다. 정성익 신코엠사장은 “파운드리 문제로 제품의 적시 출시가 안 돼 상품화에 실패하기도 하고 해외로 가면서 기술 유출 우려도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파운드리 일부 라인을 벤처업체들에 임대 또는 할당해줄 필요가 있고 중장기적으로 SoC 전용 파운드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파운드리·팹리스 윈윈 전략=시스템반도체 산업의 발전은 파운드리 업체와 팹리스 업체의 ‘궁합’과 절대적인 관련이 있다. 사실 팹리스 업체들은 각각의 업체 상황 및 제품에 따라 파운드리 공정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안정되고 원활한 제품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그늘이 존재한다. 따라서 개발 단계에서부터의 공동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홍순양 토마토LSI 부사장은 “팹리스에게 파운드리를 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들과의 지속적인 관계유지는 팹리스 업체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파운드리 업체와의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제품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윈윈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부아남반도체는 국내 유망 팹리스 반도체 벤처에 투자하고 차후 투자수익을 회수하는 이른바 ‘TSMC식 팹리스 투자 모델’을 도입했다. 아직 성숙 단계는 아니지만 팹리스 기업은 사업 초기에 자금 및 기술 투자를 받고 대기업의 마케팅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는 우수업체를 고객으로 유치할 뿐 아니라 이 업체가 상장할 경우, 지분투자 수익도 얻을 수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하는 토종 파운드리와 팹리스=김형준 서울대 교수는 “팹리스 반도체업계도 그렇지만, 국내 파운드리업체들도 설계업체들의 도움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국내 팹리스들이 부족한 파운드리업체의 기술력을 보완해 주면서 공동으로 기술을 키워 나가야 장기적으로 윈 윈 할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TSMC가 파운드리 업계를 주도하면서 국내 팹리스들도 TSMC에 자신의 체질을 맞춰 나가고 있다”며 “가까운 곳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토종 팹리스와 토종 파운드리가 협력해 우리 체질에 맞는 ‘처방전과 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운드리가 다시 주목 받는 이유는 국내 팹리스가 제작을 원하는 물량이 조만간 규모 경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한국 팹리스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대만 TSMC·UMC에 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3-5년 ‘가까이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우리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노력은 한국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희망의 미래를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설계에서 패키징까지, 관련업계 협력 기반 조성.

시스템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파운드리·팹리스 설계·패키징·테스팅 등 관련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팹리스·파운드리발전협의회’가 그 중심에 있다. 이 협의회는 미래 성장산업인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를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구성됐으며, 차세대반도체성장동력사업단을 주축으로 산·관·학·연이 모두 참여한다.

조중휘 차세대반도체성장동력사업단장은 “시스템반도체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반도체설계업체·파운드리업체, 그리고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패키지업체가 3박자를 이뤄야 한다”며 “특히 최근 시스템반도체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완제품 출하단계에까지 모든 공정이 철저히 계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협의회는 시스템반도체 산업 발전의 큰 축을 담당하는 팹리스설계·파운드리·패키징·테스팅 업계 간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국내 팹리스업계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파운드리 및 패키징 기술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가 원하는 파운드리 공정에 대한 수요 정리 △설계업계 수요를 바탕으로 파운드리·패지킹·테스팅업계 생산기반 마련 △팹리스 제조물량 국내 파운드리에서 소화 △파운드리·패키징·테스팅업계 노하우 축적 △노하우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생산기반 조성 등의 선순환 구조 구축 등이 역할이다.

최근 시스템반도체의 성능과 기능이 복합화되면서 반도체 설계·파운드리·패키징·테스팅 등을 제품 개발 단계부터 고려해야 하는 시스템 인 패키지(SiP)·시스템 온 패키지(SoP) 등의 형태가 부상하고 있다.

이에 차세대반도체성장동력사업단은 △중소 팹리스업체 지원을 위해 설립한 시스템반도체검증지원센터(전자부품연구원 내 설치) △SiP 및 SoP를 강화하는 패키징업계 △시스템 IC 2010 사업 내 IP 개발지원사업 등과 ‘팹리스 및 파운드리산업발전협의회’ 운영을 연계, 종합적인 시스템반도체 육성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IP개발지원사업의 과제선정시 지금까지의 개발자 중심 관행에서 탈피해 수요자인 파운드리와 팹리스 설계업체의 욕구를 최대한 수용함으로써 IP의 활용도도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핵심 반도체지적재산(IP) 개발 지원사업을 팹리스 설계업체·파운드리업체 등 실 수요자에게 필요한 과제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기도 했다.

국내 파운드리서비스는 팹리스 설계업체들의 급속한 발전속도를 못 따르고, 설계 관련 지적재산(IP) 및 라이브러리 수준이 대만 등 해외파운드리에 뒤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팹리스·파운드리발전협의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기적인 논의를 통해 파운드리가 원하는 IP와 팹리스가 원하는 파운드리 노하우 등을 파악해, 국내 팹리스의 해외파운드리 의존도를 낮추자는 것에서 출발한다. 결국 팹리스는 찍고 싶을 때 찍을 수 있고, 파운드리는 안정적인 캐패를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윈 윈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터뷰-김형준 시스템IC 2010사업단장

“대만에 비해 출발이 늦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바일’이라는 떠오르는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고 공정분야의 전문인력을 대거 확보하고 있어 대만을 따라 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형준 시스템IC 2010사업단장은 지금 한국에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업계의 열기와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반도체 국산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어, 과거 어느 때 보다 ‘토종 파운드리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대만을 따라잡는 것을 1단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파운드리는 공정사업입니다. 우리는 메모리 공정분야에서 어느 나라 보다도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어, 투자만 이뤄진다면 파운드리도 얼마든지 육성할 수 있습니다.”

김 단장은 무엇보다도 향후 급속히 늘어날 국내 팹리스의 파운드리 서비스 수요를 국내에서 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는 정부 쪽 지원이 꼭 필요한 방대한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입니다. 파운드리 없이는 메모리·비메모리 균형 발전은 물론 휴대폰·디스플레이·BIT 등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김 단장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발전은 첨단 기술을 소화할 수 있는 파운드리와 참신한 반도체 설계기술이 융합될 때 가능하다며, 서로가 마음 놓고 공동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윈-윈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쉽게도 우리 팹리스 벤처들은 자신의 체질을 해외 파운드리에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에 믿고 맡길 만한 파운드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팹리스와 파운드리 모두 돌아 올 수 없는 선까지 가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국내 토종 파운드리를 제대로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국내 팹리스의 해외 파운드리 종속’이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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