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개발(R&D) 투자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부처별 ‘2005∼2009년 중장기 R&D 투자 계획’을 토대로 앞으로 5년 간 투자할 46조7000억원 규모의 R&D 예산 시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아직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지만 R&D 투자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만든 시안인만큼 별문제 없으면 통과될 것이 확실해 거의 확정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시안대로 확정될 경우 정부 R&D 투자는 앞으로 연평균 9.1% 증가해 매년 9조원 안팎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간 정부 R&D 투자 규모가 28조9000억원이고, 연평균 증가율이 7.3%였던 것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정부가 R&D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은 그만큼 과학기술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어서 기대를 갖게 한다.
R&D 투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아 남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면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고 이는 곧 국가경제력의 부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R&D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기술이 빠른 속도로 고도화·지능화·융합화되고, 산업구조와 고용구조가 급격히 재편되는 디지털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일등상품 개발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국가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것도 이 같은 인식에서다. 지난 80년 1%에도 못 미치던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90년 1.87%로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2.64%로 세계 10위 수준으로 확대됐다. 비율적인 측면에서 보면 선진국 수준에 올라서 있다. 하지만 투자의 절대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낮다. 미국의 20분의 1 수준이고 가까운 일본의 R&D 투자 규모에는 8분의 1 정도다.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희망찬 목표를 제시하고 그 성장의 힘을 과학기술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수출할 수 있는 자원은 없고 공산품이 주력 수출품인 우리나라는 핵심 기술의 확보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올해 비전인 ‘과학기술 8대 강국 구현’은 물론이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국가 R&D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세수입 증가세가 둔화되고 경직된 세출 소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정 여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만큼 일반예산을 통한 막대한 R&D 투자 규모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R&D 투자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주장하고 있는 ‘과학기술 국채 발행’을 통한 투자재원 확충 방안도 이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R&D 투자 규모만 늘린다고 우리의 과학기술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투자 효율성도 높여야 하고 무엇보다 우수한 연구인력 확보와 그들의 의욕이 필요하다. 연구인력의 의욕 없이는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고 자금이 많아도 사람과 기술이 없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지향점은 제2의 과학기술입국이다. 이는 결국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을 얼마나 많이 양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업계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공계 기피현상은 조속히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기초과학 육성이나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전략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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