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바람의나라 `임채순`

‘바람의나라’ 문파중 하나인 ‘청와대’를 이끄는 문파장 임채순씨(43·ID 대통령각하)는 어린 문파원들 사이에서는 숙모로 통한다. 그만큼 문파원들끼리 한 가족처럼 격의 없이 지낸다는 말이다. 40대 전업주부 임씨가 문파원이 200명에 이르는 대규모 문파를 아무런 탈없이 이끌어 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임채순씨가 ‘바람의나라’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그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게임을 하는데 한 유저가 의도적으로 PK를 한 후 아이템을 빼았아가는 모습을 보고 화가나 게임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임씨는 이후 게임에 푹 빠져버렸고 이에 불만을 토로하는 남편 이인호씨(46)까지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게임을 하도록 권유했고 그까지 열성 게이머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해 남편, 아들과 함께 공유하는 그의 ID는 주몽서버에서 랭킹이 8위에 이르렀다.

“ ‘바람의 나라’는 아기자기한 정 때문에 최신게임으로 돌아섰던 사람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에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는 재미도 쏠쏠하죠.”

그의 ‘바람의나라’ 예찬론은 끝없이 이어진다.

# 가족 같은 분위기

청와대는 끈끈한 유대관계 때문에 ‘바람의나라’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게임 내에서 어린 문원들에게 가끔 ‘누가 제일 좋아?’하고 장난으로 물으면 다들 ‘숙모’라고 해요.”

그는 문원들 사이에서 마음씨 좋은 숙모로 통한다. 군대 간 문원은 휴가 나오면 반드시 그의 집을 들르고 애인을 사귀게 된 문원은 그에게 인사를 시키러 데려오기도 한다.

문원들끼리는 서로를 삼촌, 조카 아니면 형, 동생으로 부른다. 남편 이씨는 문파의 군기반장이다. 신입문원이 멋모르고 나이 많은 문원에게 ‘님’이나 ‘아저씨’로 불렀다가는 당장 불호령이 떨어진다.

‘청와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데에는 임씨의 개인적인 희생이란 밑거름이 있었다. 문원들이 보통 한주 걸러 주말마다 예닐곱명씩 그룹을 이뤄 그의 집을 찾는데 이들의 먹거리와 잠자리를 돌봐주는 것은 모두 그의 몫이다. 이 때문에 방학이면 생활비가 100만원쯤 더 든다고 한다. 집에는 아예 네트워크에 연결된 PC를 3대나 들여놓았다.

“주변에서 ‘지칠 때도 되지 않았냐’고 많이들 얘기 하세요. 하지만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밝게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끼는데 쉽게 접을 수가 있나요.”

임씨는 힘들어서 문파 활동을 접고 싶을 때도 가끔 있지만 활동을 접으면 같이 게임을 접겠다는 문원들의 협박(?)을 도저히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 게임보다 공부가 먼저

‘청와대’는 시험기간이면 아이들이 게임을 중단하고 시험공부에 매진할 것을 주문하고 아이들은 이에 잘 따른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어른 문원들이 잡생각 없이 공부에 매달릴 수 있도록 그동안 그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또 보물찾기나 OX퀴즈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여 어른 문원들이 기증한 아이템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활동이 뜸한 문원은 정리하는 문파가 대부분이지만 우리 문파는 오히려 공부 때문이라면 잠수(?)타는 것을 적극 권합니다.”

인터뷰에 배석한 남편 이씨는 게임 때문에 공부를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청와대’는 문원을 받을 때 이씨가 전화 인터뷰를 맡는다. 그는 대입을 앞둔 수험생들은 시험을 마치고 오라고 권유한다고 한다.

# 동심 해치는 아이템 사기

“선량한 아이들이 아이템 사기 피해를 많이 봅니다. 사기를 당해서 홧김에 똑같은 방법으로 사기를 치는 경우도 많고요.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런데도 넥슨은 일정 선을 정해놓고 이를 넘으면 대응을 하지 않습니다.”

임씨는 “최근들어 ‘바람의나라’ 유저가 많이 줄었는데 이는 사기 당하고 게임을 접는 경우가 많은 것이 큰 이유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그는 방학이 다가오면서 사기가 또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걱정이다.

‘청와대’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보기 위해 카페 (cafe.daum.netinholee)를 통해 블랙리스트를 제공하는 등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아이들은 운영자의 편지 하나, 말 한마디에 가슴이 콩콩 뛸 정도로 좋아합니다.”

임씨는 운영자들이 자주 보였는데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넥슨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황도연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