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일년 동안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잠적하다시피했던 윤영석(38) 사장이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하반기 야심작 MMORPG ‘로한’을 손에 들고. 더게임스와 만난 그는 지난 일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무척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동안 산에서 도라도 닦은 듯한 표정과 말투였다. 윤 사장은 앞으로 ‘로한’과 ‘이지파이터’를 통해 써니YNK가 다시 한번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며 자신있게, 그러나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 사장이 게임업계에 발을 들인 이유는 매우 특이하다.
그는 23살 즈음에 이르러 친구와 함께 “우리 40년만 일하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래서 40년을 십년 단위로 나누고 각각 종사할 분야를 결정했다. 처음 10년은 제조업이었다. 쉽게 말해 공장을 다녔던 것이다. 윤 사장은 지금도 영등포 일대를 손바닥 보듯한다.
큰 거리는 물론이고 작은 골목까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남들이 3D 업종이라며 기피하는 공장이지만 참으로 순수한 냄새가 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땀을 흘리며 일하고 그 댓가가 고스란히 돌아오는 곳이 바로 공장이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다음 10년으로 결정했던 것이 서비스 분야였다. 하지만 서비스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게임 서비스’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 사연도 기구하다.
지금처럼 게임밥을 먹게 되리란 예상은 전혀 못했던 제조업 공장 시절, 우연히 블리자드를 알게 돼 함께 일을 했었는데 그 때 처음 게임 회사에 대해 알게됐다. 그렇게 게임을 알게됐고 온라인 게임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게임 서비스’에 종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 때 LG상사가 블리자드 타이틀의 판권을 가지고 있었고 윤 사장은 여러 가지에서 사업을 함께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즈가 국내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관계는 깨졌고 마침 웹젠에 종사했던 4명의 직원을 알게됐다. 그 사건은 윤 사장이 본격적으로 게임 사업을 시작하게 된 출발점이 됐다.
# 묘한 두려움으로 칩거 아닌 칩거
“그래서 처음에 그라비티와 ‘라그나로크’ 투자 계약을 체결했고 이어서 ‘씰 온라인’으로 그리곤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어요. 정말 운이 좋아서 훌륭한 게임을 우수한 개발사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이지요.”
윤 사장과 써니YNK는 이 두 개의 게임과 캔디바를 통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안정을 기반으로 ‘로한’ 개발사 지오마인드와 다시 함께 큰일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잠시 칩거 아닌 칩거를 했다.
윤 사장은 돌연 바깥 출입을 삼가고 공개석상과 일체의 인터뷰를 거절하고 사무실에 틀어 박혔다. 게임에서 손 떼고 다른 사업에 매달린다는 소문이 업계에 널리 퍼졌다. ‘로한’을 함께 준비하면서 매일 3∼5시간은 회의를 하며 게임을 지켜봤지만 외부에서는 완전히 게임에서 손을 뗐다는 말이 호사가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이런 은둔(?)생활은 1년 6개월이나 지속됐다.
“어떤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외부 출입을 삼가고 꾸준히 일에만 집중했어요. 다른 일을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원래부터 써니YNK는 게임 사업 하나만 있는게 아니였어요.”
그러다 ‘로한’으로 바깥 세계에 다시 나왔다. 그는 ‘로한’을 기점으로 다시 전력투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만큼 노력도 많이 했기 때문에 ‘로한’은 좋은 게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제라’, ‘썬’,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 쟁쟁한 MMORPG와 동시에 경쟁을 해야 한다. 하나같이 이름높은 개발자와 제작사이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없다. 하지만 윤 사장은 단호히 말했다.
“이 게임을 위해 저희와 지오마인드 친구들은 무척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선지 다른 게임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신경을 쓸 틈이 없다고 할 수 있고 저희 게임에 대한 자신감일 수도 있죠. 쉽게 말해 너무 집중했죠.”
# 인재를 키워야 산다
하지만 그는 타 MMORPG도 다 잘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획, 능력있는 개발자는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래야만 국내 게임업체가 세계와 경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로한’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길어진 이유도 너무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되고 말았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러다 평생 클로즈 베타 테스트만 하게 생겼다는 농담이 돌았고 이에 자극받은 윤 사장은 이번 4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끝나면 바로 오픈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순수제작비도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엔진은 반드시 자체 제작으로 작업했습니다. 엔진을 만드는 것이 문제죠. 엔진을 만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어야 국내 게임이 발전하는 겁니다. 그런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는 게임도 좋지만 인재를 잘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완전히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국내 게임계는 불과 몇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벌써부터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확실히 일본과 미국은 수십 년의 게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의 기술만 강했지 기획과 아이디어가 뒤지는 게 사실이다.
윤 사장은 5년이 지나면 ‘테트리스’같은 획기적인 게임이 등장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지금 자라나는 진정한 게임 유저와 크리에이터들이 커야 가능하다며 지금 자신이 할 일은 그런 친구들을 발굴하고 잘 보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부탁을 했다.
“ ‘로한’은 제가 앞서 말한 모든 것이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잘 지켜봐주시면 좋겠어요. 저희는 저희 길을 열심히 갈겁니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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