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리스트]최상렬 CCR 동영상 제작팀장

CCR이 입주한 빌딩 14층에는 독특한 방이 있다. 침대가 놓여 있는 룸과 끼니를 해결하는 회의실(?)이 별도로 붙어 있는 이 곳은 바로 동영상팀의 작업실이다. 여기는 14층의 한쪽 구석에 붙어 있어 위치조차 찾기 어려운 곳이다, 유일한 통로인 유리문에는 각종 포스터와 이미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처음 찾아온 손님들은 입구가 어딘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의 작업실은 각종 피규어와 컨셉판, 이미지, 만화책, 비디오테이프 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도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 CCR의 동영상팀은 이렇게 다른 개발팀과 달리 특별 대우를 받고 있는데 이 성지를 지배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최상렬(29) 팀장이다.

# 게임 동영상 제작의 대가

그가 만든 동영상은 특별하다. 2000년에 이곳에 들어와 지금까지 ‘포트리스 2 블루’, ‘포트리스 패왕전’, ‘트라비아’, ‘RF 온라인’ 등 여러 편의 동영상을 만들었고 모두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외국의 동영상 전문 스튜디오에 버금가는 화질과 완성도, 연출력을 선보여 ‘대가’라는 호칭을 자연스럽게 얻었다. 현재 그는 올 여름 공개할 예정인 ‘RF 온라인: 에피소드 3’ 동영상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최 팀장은 ‘이번 작품은 지난 것들과 확실히 다를 것’이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는 원래 만화가가 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만화를 그렸고 고등학교 때는 신인만화가로 등단하기 위해 여러 작품을 투고했다. 그러다 대학교 1학년 시절 한 잡지의 이벤트에 가작으로 당선되면서 드디어 만화가 생활을 시작했다.

“제 만화를 드디어 잡지에 연재하게 됐어요. 꿈을 이룬 것이죠. 그런데 제 담당기자와 트러블이 많았어요. 만화라고 해서 작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질 않아요. 사실, 담당기자의 강한 지도가 있죠. 갈등이 컸어요.”

자신이 생각했던 의도가 무시당하자 최 팀장은 과감하게 만화가를 포기했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2D의 시대가 가고 3D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3D 그래픽으로 전향했다. 여러 회사를 다니고 프리랜서 활동도 하다 오아디엔터테인먼트에서 동영상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CCR이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게 된 것이다.

“그 때가 2000년 5월이었죠. 벌써 5년이나 지났네요. 초창기에는 아무도 알아 주지 않았어요. 그러다 점차 동영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마케팅과 홍보의 툴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는 이제 좀 인정해주는 것 같아요.”

# 팀워크가 가장 중요해

그는 동영상 제작에 있어 어떤 영감이나 직관적인 아이디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늘에서 뚝 떨어져 갑자기 얻어지는 것은 없으며 게임에 대한 컨셉트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세계관과 관련 자료를 모아 분석해 최종적으로 팀 회의를 거쳐 동영상 컨셉트를 완성한다고 했다. 때문에 독불장군식으로 혼자 앞장서서 동영상을 만드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며 분업화와 전문화를 통한 공동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팀워크가 생명이라고.

“근래에 들어 팬터지 세계관을 거의 공통적으로 적용하면서 동영상 제작에 제약이 너무 많아요. 아무래도 비슷한 몬스터에 종족도 거기서 거기고. 그래서 동영상이 유사하다는 소리도 많이 듣죠. 이런 것은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이미지 전달 방식의 동영상도 가능하긴 하니까 말이에요.”

동영상의 대가인 최 팀장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미국 픽사의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몬스터 주식회사’. 실사풍의 액션과 화려한 마법이 난무하는 영상보다는 가볍고 즐거운 것이 좋다고 한다. 아무래도 국내 유저들의 취향이 ‘파이널 판타지’와 ‘디아블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신의 게임 동영상도 여기에 맞추고 있다.

“게임에서 동영상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집니다. 예전에는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만 엔딩 동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또 지금은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돼 함축된 이미지로 게임의 흥미를 유발시키죠. 작업이 어렵고 힘들지만 그만큼의 보람이 있어 즐겁습니다.”

<김성진기자 @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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