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된 KT에 정부가 요구할 수 있는 공익성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KT의 지분을 매입해서라도 공공성의 책무를 다하게 하라”는 주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잇단 ‘매입 가능성’ 발언이 화제에 올랐다.
진 장관은 지난 22일 외신기자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KT의 지분 매입은 하나의 아이디어일 수 있으나 다시 국영화할 생각은 없다”면서 “논의한 적은 없지만 민영화 평가 이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지만 오는 10월께로 예정돼 있는 KISDI의 민영화 평가 보고서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진 장관은 15일 내신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공기업적 특성을 고려한 지분 매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KT와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다시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외국인 주주들에게 큰 반발을 살 뿐만 아니라 당초 민영화 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정책안이 어떻게 수립될지 관심이 쏠렸다.
◇정부, 공익성 보장 고시 연장 검토=정통부의 1차 고민은 112·119 등 특수서비스와 농어촌 보편적 서비스 등 KT의 공익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IT839 등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전략에서 KT의 역할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다.
진 장관의 발언도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막상 민영화를 해놓고도 공공의 업무까지 맡겨 2·28 전화대란 등의 사태가 벌어져도 특별한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관점이다.
정통부 담당자 역시 “지분 매입에 대해 논의한 바는 없지만 KT의 민영화 평가에 따른 공공성 보장 문제에 다각도로 접근중”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로 올해 말로 끝나는 전기통신공사폐지법 내 공익성 보장 고시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 고시에 따라 KT는 올해 말까지 전국 농어촌 지역 97%까지 초고속인터넷망을 깔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정통부는 당초 예정대로 고시를 폐지하더라도 의무 기간을 상위법에서 연장하는 등 보편적 서비스 의무를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중이다.
◇KT-증시, 민영화 취지 무색=정통부의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KT 내부에서는 “민영화 취지를 되레 흐린다”는 반응이다. 현재 주가보다도 더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한 외국 주주들에게는 경천동지할 얘기라는 것.
이 같은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CSFB증권은 23일 KT에 대해 ‘중립’적 의견을 내놨다. 한국 정부가 장내에서 26% 정도의 KT 주식을 소폭의 프리미엄을 주고 사올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아 주가에 악재를 줄 수도 있다는 평가였다.
정부가 지분 매입을 결의하더라도 자금 문제도 만만치 않다. 정통부가 KT 주식을 사기 위해 정보통신진흥기금이나 특별회계 등을 활용하는 것은 자금 명목에도 맞지 않아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민영화한 KT에 공익 의무를 지우기보다는 차라리 시내망 등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부분을 분리해 KT를 풀어 주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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