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2기 KT 남중수 號에 바란다
민영 2기 KT호를 이끌어갈 선장의 모습이 마침내 드러났다. 공모에서 선임에 이르기까지 비록 12일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수년 동안 준비해온 ○○○호에 거는 기대감도 남다르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그동안 흩어졌던 KT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선임과정에서 드러났던 여러 문제점을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다. 나아가 대대적인 경영혁신도 필요하다. 대통합을 바탕으로 ‘힘있는 KT’를 달성하기 위한 새 미래비전을 수립, 글로벌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 민영 2기 ○○○호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 본다.
"누가 된들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대대적인 경영혁신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민영 2기 KT호의 선장으로 남중수 KTF 사장이 선임됐다는 소식에 앞서 KT그룹 현장 직원이 기자를 만나 내뱉은 무사안일주의·패배주의가 곁들인 푸념이다. 두 번째는 신임 내정자가 KT 업무를 두루 섭렵하고 민영화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나온 발언이다. 이는 모두 KT가 처한 현 상황을 드러낸다.
KT의 인사는 그동안 학맥과 지연 그리고 행정직과 기술직 등으로 나뉘는 직종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많았다. 특히 민영화 이후 ‘주인 없는 회사’가 되면서 몇몇 특정 인사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는 이른바 ‘계파’도 형성됐다. 중도파가 많기는 하지만 계파 수장 중심의 정치권 행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오너가 없는 기업의 특성상 주도권 싸움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기업 경영의 비효율과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왔다.
많은 이가 사장 내정자에게 가장 먼저 주문하는 것도 그래서 ‘대통합 경영’이다. KT를 잘 안다는 정보통신부 출신의 한 인사는 “이번 CEO 선임에서 주자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KT가 너무 많은 내상을 입었다”면서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대통합을 기치로 한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지적했다. 새 선장 선임 건으로 드러난 KT그룹 내부의 대립과 불신을 치유하고 조직을 추스리기 위해서는 계파·학맥·지역·직무를 뛰어넘는 대통합 경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술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벤처업계의 한 사장은 “요즘 같이 정보기술(IT)의 변화가 빠른 경우에는 기술 전문가를 중용,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행정 중심의 조직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수익모델과 장기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전문가가 이른바 ‘유비쿼터스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그동안 외쳐온 ‘현장경영’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관리중심의 기업이 아닌 서비스·영업중심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높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상생을 위한 협력사 시스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KT가 세계적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서비스 생산 회사가 아니라 마케팅 회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인사는 “삼성전자가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마케팅 회사를 선언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면서 “KT도 세계적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마케팅 회사를 지향해야 하고, 이럴 경우 협력사 벤처기업과 KT의 상생구조는 필연적”이라고 단언했다.
나아가 민영기업이기는 하지만 공기업적 성격을 띠고 있는만큼 국민을 주주로 생각하고 경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주 눈치만 보다보니 공공성이 지나치게 후퇴했다는 지적으로 들린다. 기업경영론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기는 하겠지만 KT의 특수성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얼마 전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KT의 공기업적 성격과 민영화 이후의 성과를 고려하면, 정부가 KT의 지분 매입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은 분명 향후 KT 행보를 가늠케 해주는 의미있는 발언이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