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무협게임 ‘열혈강호’에는 50여개의 문파가 있다. 파티플레이나 친목도모를 위해 자생적으로 결성된 커뮤니티가 비교적 활성화된 상태다.
이 가운데 ‘열혈연예인협회’는 이색 문파로 유명하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문파는 40명까지 모집할 수 있는 규정을 어기고 4명이나 더 회원으로 받을 정도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다. 사람들이 자꾸 늘어 문파를 2개로 나누는 것까지 고민중이다.
이처럼 열혈연예인협회가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바로 문파장 김진태씨(35) 때문. ‘10살연하’라는 아이디로 더 유명한 김씨는 사람남새 물씬 나는 문파 만들기의 대가로 통한다.
# 친구들과 협력할 때 진정한 재미 느껴
‘리니지’ ‘러쉬온라인’ 등에서도 최고의 인간관계를 맺어온 그는 MMORPG는 게임의 재미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인간관계를 맺는 묘미가 남다르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맹목적인 레벨업보다 게임속 친구들과 협력(파티플레이)을 통해 강력한 몬스터를 잡았을 때 쾌감을 즐기라고 강조한다.
“문파 이름이 재미있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짜 연예인이 있냐’고 물어와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열혈연예인협회에는 연예인이 단 한명도 없어요.”
김씨가 ‘열혈강호’를 시작한 것은 8개월전이다. 6번째 서버인 동영서버가 오픈하면서 ‘열강 마니아’ 대열에 합류했다. 원래 MMORPG를 좋아하던 그는 ‘리니지’에서는 한 때 군주로 활약하며 ‘혈맹’을 이끌기도 했다.
“ ‘러쉬온라인’을 즐기던 친구들이 하나둘 ‘열혈강호’로 옮겨 가더라구요. 그리고 자꾸 ‘열강’을 권유했어요. 처음에는 어떤 게임인가하고 그냥 접속했어요. 그런데 한 30분 즐기니까 손을 놓을 수가 없더라구요. 스피드하게 진행되는 레벨업 때문이었죠.”
그는 내친김에 문파도 결성했다. ‘리니지’ ‘러쉬온라인’ 등 그동안 게임을 통해 만나온 친구들도 가세했다. 열혈연예인협회는 그렇게 탄생했다.
“친구들이 문파 이름에 연예인을 넣자고 제안했어요. 한번 튀어보자는 발상이었죠. 생각대로 많은 사람들이 문파 이름을 보고 관심을 나타냈어요. 우리 문파 아류격인 다른 연예인협회까지 생겼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김씨는 이름과 달리 문파에 ‘스타’나 ‘연예인’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있다. 문파의 생명력은 훈훈한 커뮤니티라는 지론 때문이다.
“혼자서 레벨업에만 매몰되는 분위기를 원하지 않아요. 레벨 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파티를 맺을 수도 없고, 문파 자체가 무의미해지거든요.”
이를 반영하듯 열혈연예인협회에는 고레벨이나 저레벨이 거의 없다. 대부분 60레벨 안팎의 중위권 레벨 유저들이다. 김씨도 최고 레벨 캐릭터가 61레벨밖에 안된다.
원래 게임을 잘하는 그는 문파원들의 레벨업 속도에 맞춰 아예 레벨업을 자제하기도 한다. 문파원들의 레벨업을 도와주기 위해 주캐릭터 이외에 7개의 보조캐릭터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61레벨의 주 캐릭터 이외에도 40, 50 등 저레벨 캐릭터가 있어 문파원 수준에 맞춰 언제든지 투입된다.
# 문파 내 커플은 절대 사절
이 때문에 열혈연예인협회는 ‘열혈강호’ 초보자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퀘스트를 어떻게 수행하고, 어떻게 하면 손쉽게 레벨업을 할 수 있는지 등 연예인협회에 가입하면 모든 것이 척척 해결되기 때문이다.
“문파원들 사이에는 배푼 만큼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어요. 초보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은 유저들이 고수가 되면 저레벨 유저를 배려하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10살연하’라는 다소 낭만적인 아이디어를 사용하고 있는 김씨는 남녀 문파원들이 게임속에서 만나 커플로 발전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게임속에서 호감을 갖던 커플이 실제 만남에서 어긋나 문파 분위기가 엉망이 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커플이 함께 문파에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한 때 10살 연하 여자친구와 사귄 것을 추억하며 ‘10살연하’라는 아이디를 만들었다는 그도 여자친구가 생기면 ‘열혈강호’를 함께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 인테리어 업체에서 근무중인 그는 일이 없으면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에 접속할 정도로 문파 운영에 열성적이다. 게임 속에서 사람을 사귀고 관계를 맺는 것이 그에겐 또 다른 사회생활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열혈강호’에도 문파전이 도입될 거라고 해요. 하지만 우리 문파는 전쟁에 임하기에 너무 레벨이 낮아요. 무기도 많지 않고요. 아마 전쟁에 참여하면 연패행진을 할 지도 몰라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문파원들 사이에 끈끈한 무언가만 있다면 아뭇것도 부럽지 않기 때문이죠.”
요즘 40명 정원을 초과해 문파를 하나 더 만들까 고민중이라는 그는 “열렙보다 사람이 그리운 사람은 누구나 환영”이라며 활짝 웃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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