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 선순환 어디갔나?

 정보통신 장비, 설비 관련 국내 중소 벤처업체들은 돈 구경한 지 오래됐다. 정부는 차세대 이동통신, 광대역통합망(BcN), 와이브로 등 신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통신사업자의 움직임은 느리다.

 15일 전자신문이 SK텔레콤·KTF·LG텔레콤·KT·하나로텔레콤·데이콤 등 국내 6대 유무선 기간통신사업자들의 2003년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실적을 토대로 매출액과 투자비, 마케팅비용을 분석한 결과 투자는 점차 줄고 마케팅비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유무선 사업자 모두 ‘소모적 마케팅 경쟁의 늪’에 빠져 있어 중장기 통신사업 비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란 분석이다.

 ◇투자는 줄고, 마케팅비는 늘고=통신 시장은 포화 상태지만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고 있다. 또 IPTV, TPS 등 수익이 될 만한 사업은 각종 규제로 막혀 있어 통신사업자들의 ‘수익 탈출구’가 없다는 점도 투자 없이 마케팅비용만 높아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동통신 3사는 올 상반기(6월은 추정)에 9640억원을 투자했다. 이동통신사가 반기 투자 1조원을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2200억원을 투자한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반편 마케팅비는 지난해 본격적인 번호이동성제도 시행으로 급상승했는데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선 시장도 당분간 투자 대신 마케팅 전쟁을 치를 전망이다.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이 예상되는 올 하반기에 대비해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이 각각 151억원과 43억원의 마케팅비를 책정했다. 이는 공식적인 수치일 뿐 파워콤의 마케팅비를 포함하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의 투자는 줄어들고 마케팅비용이 늘어난 것은 지난 2003년과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지난 2003년 6대 기간통신사업자는 상반기에 2조250억원을 투자하고 1조6180억원을 마케팅비용에 썼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1조9220억원을 투자하고 2조1390억원을 마케팅비용으로 지출할 계획이다. 지난 2003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마케팅비용과 투자 역전 현상은 심각하다.

 ◇규제 확 풀어라=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통신 시장 선순환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정부 내 혼선을 줄이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위의 통신사업자 담합 판결에서 보듯, 정부 부처 간 ‘규제 철학’ 차이는 사업자의 투자를 더욱 위축시켰다. 통신사업자는 유무선을 막론하고 올해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위와 정통부의 ‘융합 주도권 갈등’으로 인해 통신사업자의 ‘손’을 묶은 셈.

 한 유선사업자 고위 관계자는 “투자하고 싶어도 정부의 규제 때문에 막혀 있다. 그동안 망 구축에 막대한 돈을 투입했으나 망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인 콘텐츠(방송)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헌법소원이라도 제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시스템을 개선한다고 매년 발표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중복규제였다”며 “규제를 풀어 통신서비스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도표 제목: 6대 기간통신사업자의 매출, 마케팅, 투자 비용(http://www.etnews.co.kr/chart/chartservice.html)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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