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나인가’를 신체 일부 특징으로 증명하는 생체인식 기술이 급속히 부상했다.
미국은 특히 ‘9.11 테러’ 이후 출입국 관리를 강화해 생체정보를 담은 생체여권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홍채 인식기술의 적용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생체인식은 새로운 신분 증명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IBG에 따르면 지난 해부터 생체인식여권 도입 확대에 힘입어 세계 생체인식 시장 규모는 올해 18억달러, 오는 2006년 27억달러, 2007년 37억달러 등으로 고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메이드인 코리아 기술 ’넘버 원’=국내 생체인식 산업은 지문 인식을 중심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기술’과 ‘아이디어’에 의해 판가름나는 산업 특성상 때문에 원천기술이라 할 수 있는 알고리듬과 센서, 암호화 기술 등을 개발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속속 늘어나면서 수출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잇따라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아이덴틱스·이리디안 등 미국업체 제품들을 밀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산 지문인식 출입통제시스템의 경우 아시아 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해외로부터의 판매대리점 계약 문의도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산제품이 미국·유럽 제품과 비교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데다 ‘지문인식도어록’ 등 경쟁국에서는 찾기 힘든 실용 제품을 다수 보유,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각지에 교두보 확보 ‘러시’=국내 업체들은 수출 확대와 해외 전진기지 배치 등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아직 도입 초기 단계인 생체 인식 시장을 선점한다는 각오다.
니트젠(대표 배영훈)은 올해 7월 중국과 일본에 각각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연말에는 브라질에도 현지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현재 전세계 45개국에 자체 개발한 제품을 수출 중인데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3배 늘어나 전체 매출 가운데 7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문인식 업체인 유니온커뮤니티(대표 신요식)는 올 들어서만 네트워크 기능이 추가된 지문인식 출입통제 시스템과 지문인식 도어로크, 스마트 카드 지문인식 리더 등을 러시아·일본·미국·체코·터키 등에 수출했다. 현재 해외 29개국에 제품을 수출 중이며, 캐나다·홍콩 판매법인 설립에 이어 태국에도 이달 말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지문인식 모듈에 집중해온 슈프리마(대표 이재원)는 5월 현재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과 수출 규모를 초과했다. 또 50여 개국과 접촉 중이며 10여개 나라에서 대량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맥 인식업체인 테크스피어(대표 최환수)도 현재 네덜란드·독일·일본 등에 12개 해외 대리점을 내고 26개국과 접촉 중이다. 올해 매출 목표 40억원 가운데 30억원 이상을 해외에서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얼굴 인식 전문업체인 퍼스텍(대표 전용우) 역시 올해 중국에 대리점과 전시장 설립을 계획 중으로,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배영훈 니트젠 사장은 “국내 기술에 대해 오히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 개별 기업이 아닌 공동 시장 조사와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뒤따른다면 해외에서 더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망과 과제=우선, 대형 생체여권 시장이 주공략 시장으로 떠올랐다.
미국·캐나다·호주·일본 등 해외에서 생체인식 여권 도입 붐이 일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이 지난해 초부터 미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지문 채취, 사진촬영을 시작한 이후 세계 각국에서 생체여권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관련 표준 마련도 한창이다.
KISA 김재성 팀장은 “국내 생체인식 기술은 각종 세계 성능시험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할 만큼 우수한 수준이지만 국제 시장 진출을 위한 표준 준용 등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며 “생체여권 관련 표준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국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 표준화 활동에 참여, 시장을 선점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생체인식분과위원회 배재훈 위원장(니트젠)은 “올해 니트젠을 비롯한 상당수 국내 기업이 해외 생체인식여권 시장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부터 국제 표준화기구에 직접 연구원을 파견하고 표준화 정보를 관련기업들이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문인식 원천기술 보유 `니트젠`
일본의 한 주류 프랜차이즈는 최근 한국산 지문인식 근태관리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인건비를 12%나 줄였다고 발표했다.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한국산 시스템의 우수성을 공표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 시스템을 제공한 기업은 국내 지문인식 대표 전문기업인 니트젠(대표 배영훈 http://www.nitgen.com). 이 회사는 출입관리에서부터 직원 근태관리, 전자상거래(EC)에 이르기까지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지문인식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니트젠은 국내 지문인식 솔루션 시장 점유율 40%를 기록하고 있는 선두기업이다.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은 지문인식 알고리듬을 바탕으로 한 지문인식모듈로 출입통제기나 도어록 등을 생산하는 하드웨어(HW)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또 직접 광학지문인식센서, 출입통제기, 지문인식마우스, 도어록 등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9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카드나 패스워드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급부상한 생체인식 연구에 뛰어 들어 에러율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생체인증 관련 컨설팅회사인 IBG 성능테스트에서 에러율 0.00%를 기록, 업계를 놀라게 했다.
배영훈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천차만별인 지문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지문인식알고리듬을 개발해 정확도와 스피드를 높여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 80명 가운데 34명이 기술연구소 인력으로 현재 특허를 16건 등록했고 22개를 출원했을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문인식센서도 비밀번호를 누르고 손가락을 갖다 대는 기존 제품과 달리 손가락을 대면 바로 촬영돼 이미지 센서를 통해 읽어내는 방식이다.
니트젠은 현재 40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 비중이 매출에서 60∼70%를 차지한다. 지난해 중국 보안기술업체인 돌콘에 3년 동안 지문인식센서와 모듈, 출입통제기 등을 500만달러 어치나 팔았다. 최근에는 러시아 레이서시스템 기업과는 지문인식 차량도난방지 장치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하는 등 외국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3년 안에 세계시장 점유율을 2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말까지는 브라질에도 공장을 건립, 수출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배 대표는 “중국 일본 남미 국가에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이미 100억원 정도 를 수주,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산업 성장 지연 요인은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생체인식산업 성장의 가장 큰 지연 요인으로 생체인식업계의 영세성을 꼽았다.
생체인식포럼(의장 손승원)이 최근 회원사 중 21개 업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업체들은 업계의 영세성으로 인한 원천기술 확보 미흡과 전문 기술인력 부족을 산업발전의 가장 장애요인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수시장 협소, 기술 및 제품에 대한 법제도 정비 미흡, 미약한 기술표준화 활동 역시 산업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반면, 생체인식산업 성장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기술력과 함께 온라인 뱅킹 등 개인 인증의 필요성 증대를 꼽았다. 이는 생체인식 기술의 활용 분야가 기존의 출입통제 위주에서 점차 모바일, 전자상거래, 인터넷뱅킹, 홈오토메이션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한 출ㆍ입국 관리시스템 도입방안 역시 기업들이 지목하는 산업 활성화의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대상 기업의 특허출원 및 등록 건수가 가장 많은 분야는 현재 국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문인식 분야로, 국내출원 159건(등록 119건), 국외출원 72건(등록 21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기업의 50%는 신규개발보다는 현재기술에 주력할 것으로 응답했고, 32.4%는 스마트카드 분야에 신규개발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표준화 추진이 저조한 이유로는 66.7%가 공조체제 미흡을 들어 생체인식 분야간, 기업 간, 기업 및 정부간 협조체제가 시급하고 명확한 방향성을 정부 차원에서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생체인식기술의 성능 평가 및 인증 제도에 대해서는 조사대상 기업의 80.9%가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유료 성능평가 시에도 76.2%의 기업이 응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에 응한 기업들의 평균 직원 수는 21명, 연구개발인력은 10.3명이었으며, 자본금은 5억 이하의 기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별점
마케팅 ☆☆☆
기술 ☆☆☆☆☆
생산시스템 ☆☆☆☆
디자인 ☆☆☆☆
사람 ☆☆☆☆☆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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