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수퍼 공룡’ SK텔레콤(대표 김신배)과 온라인게임 ‘지존’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모바일게임 합작사 설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게임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두 회사의 전략적 제휴 결과에 따라 게임 시장 전반에 일파만파의 파장이 예고된다.
특히 최근 넥슨이 모바일게임 선두기업 엔텔리젼트를 집어삼킨데 이어 SKT와 엔씨의 ‘빅딜’마저 성사된다면, 중소 모바일게임업체들은 그야말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질 전망이다.
SKT와 엔씨소프트의 딜은 현재 극비리에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협상 초기 단계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 상황과 두 회사의 전략적 이해 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협상이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게임 플랫폼간의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져 유선(온라인)과 무선(모바일)의 만남이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게임시장 최고의 콘텐츠 프로바이더(CP)인 엔씨)와 모바일 시장 최고의 서비스 프로바이더(SP)인 SKT가 손잡는다면 막대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빅딜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게임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엔씨의 한 고위관계자는 “작년말부터 SKT측과 모바일게임 전문 합작사 설립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서 “딜이 성사된다면 SKT 3D 전용 무선 포털 ‘GXG’와 엔씨가 추진중인 게임포털, 그리고 다른 포털을 두루 연계하는 강력한 모바일 서비스 채널을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T측 역시 엔씨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해 합작사 설립을 위한 협상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가 ‘포스트 리니지’로 밀고 있는 ‘길드워’의 핵심 마케팅 전략을 게임리그전에 두면서 ‘e스포츠 협회’(회장 김신배 SKT사장) 회장사인 SKT측과 자연스럽게 ‘교집합’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모바일 헤게모니 잡기 위한 ‘다목적 카드?’
SKT가 미래 파트너로 엔씨를 점지한 이유는 우선 ‘GXG’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SKT는 게임 전용폰과 3D 게임을 연계한 ‘GXG’란 BI를 만들고 최근 집중 프로모션에 돌입했지만, 라이벌 KTF의 경쟁 모델 ‘지팡’의 선제 공격에 밀려 수세에 몰려있다.
유저들의 다운로드 비용 부담이 없는 웹투폰 다운로드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전략의 실수’가 근본 이유지만, 1위 이통 사업자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GXG’는 SKT가 ‘네이트’에서 계속 이어온 무선 콘텐츠 서비스의 헤게모니를 3D 시장에서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미래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런 점에서 엔씨 같은 강력한 CP를 파트너로 확보하는 것은 어찌보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무선망 개방 시대에 대비한 전략적 포석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KT는 현재 정통부와 인터넷기업협회를 중심으로한 온라인기업들로부터 무선망 개방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다. 자체 유저인증시스템인 ‘e스테이션’ 등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기득권마저 포기할 형편이다.
이통 시장과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했던 SKT의 입지약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결국 SKT로선 이를 정면 돌파하는 것은 강력한 콘텐츠 라인업을 통해 후발 포털의 공세를 차단하는 길 뿐이라고 판단했으며, 대안으로 엔씨를 선택한 것. SKT가 올초 IHQ를 통해 ‘팡야’ 개발사 엔트리브소프트를 인수하는 등게임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DMB, 와이브로 등 차세대 모바일 시장에서도 헤게모니를 잃지 않기 위한 장기 포석이란 시각도 있다.
# 멀티 플랫폼 겨냥한 ‘전략적 파트너십’
SKT가 엔씨를 택한 이유가 다목적용인 것처럼 엔씨 역시 SKT를 미래 파트너로 선택하면서 여러가지 전략적 판단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모바일 시장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 차원에서 최대 모바일 캐리어인 SKT와의 제휴가 구미를 당겼을 것이란 해석이다.
사실 고성능 게임 전용 휴대폰과 3D 게임 전용 서비스 채널이 등장하면서 최근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모바일 시장 헤게모니 쟁탈전이 치열하다. 넥슨이 모바일게임 선발업체인 엔텔리젼트를 인수하며 이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고, CJ인터넷은 KTF에 손잡고 3D 모바일 게임 전용 포털 ‘지팡’의 마스터CP 역할을 하고 있다.
NHN 역시 독자 무선포털을 준비하는가 하면 삼성전자와 손잡고 삼성 게임폰용 3D 모발일게임 소싱을 전담하고 있다. EA 등 해외 공룡 게임업체들도 모바일 사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유선(온라인), 패키지(PC), 콘솔에 이어 모바일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글로벌 게임업체로 위상을 높이기 위한 포석일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있게 들린다. 철저히 온라인게임으로 성장한 엔씨소프트는 ‘씨티오브히어로즈’(COH) ‘길드워’ 등으로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글로벌 마케팅에 주력하기 위해 미주·유럽에서 강세를 보이는 패키지 및 콘솔분야를 강화해왔다.
결국 모바일쪽만 확실한 기반을 구축한다면, 멀티 플랫폼 메이커로서 대외적 위상 강화가 가능하고, SKT는 최적의 파트너라는 얘기. 엔씨가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게임포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미래형 모바일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제휴란 분석도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엔씨와 SKT가 단순한 마케팅 협력이 아닌 합작사 설립을 통한 화학적 결합을 택한다면 다가올 ‘유비쿼터스’ 시대의 차세대 게임플랫폼 시장에서 연합전선을 펼치기 위한 보다 장기적인 포석이 깔려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게임 업계 전방위 ‘합종연횡’ 가속도 붙을 듯
이통업계 1위 SKT와 온라인 게임 대표기업 엔씨가 어떤식으로든 손잡는다는 것만으로도 게임업계 시장판도를 뒤흔들만한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질만하다. SKT는 국내 최대 모바일 SP로서 모바일 시장에서 ‘수퍼 울트라갑’으로 불리우고 있으며, 엔씨는 ‘리니지’ 시리즈로 6년간 난공불락의 아성을 구축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게임업계 부동의 1위기업이기 때문.
두 회사는 특히 막강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그리고 세계 수준의 개발력과 서비스 경험을 갖고 있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만큼 두 회사의 합작 프로젝트가 성사된다면 향후 모바일은 물론 온라인게임 경쟁 구도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엔씨가 이미 작년부터 모바일 개발진을 대폭 강화하는 등 모바일 영역 확대를 적극 모색해왔다”면서 “넥슨의 엔텔리젼트 인수에 이어 엔씨마저 SKT와 피를 섞는다면 중소·벤처 중심으로 형성된 모바일 시장은 완전히 ‘공룡들의 싸움터’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다른 플랫폼간 결합, 혹은 개발사 대 서비스업체간의 합종연횡도 더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엔씨-SKT’ 조합이 이루어지든 안 이루어지든 상관없이 게임업계 전반의 초대형 짝짓기가 앞으로 크게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많은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지금 엔씨와 SKT의 ‘빅딜’을 숨죽인채 지켜보고 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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