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엠게임 최승훈 해외사업실장

엠게임 최승훈(35) 해외사업실장. 그는 역마살이 끼었다.

1년 365일동안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불과 80여일밖에 안된다. 미국에서 돌아오면 바로 다음날 중국으로 날아가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별명도 ‘플라이맨(flyman)’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속에서 숙식은 물론 업무도 곧 잘하기 때문이다. 비행기 마일리지를 모아 호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일화는 두고두고 화제다.

그래도 그는 게임판에서 몇 안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다. 올해는 해외에서 1000만 달러(100억원)를 벌어올 각오다. 이미 600만달러는 계약한 상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001년 국내 한 전시회 공간이었다. 당시 그는 PC게임 개발사로 유명한 트리거소프트의 국내외 마케팅과 홍보를 총괄했다. 전시부스를 지키고 있던 그는 트리거소프트가 개발중인 PC게임 ‘장보고전’에 대한 설명으로 열을 올렸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영국 ECTS 전시장에 나타났다. 엠게임 해외마케팅팀으로 옮겼다는 그는 해외 바이어들과 쉴새없이 미팅을 가졌다.

전시회 마지막날 런던 히드로공항으로 향하면서, 그는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여자친구를 못본 지 보름이나 됐는데 자기는 이탈리아로 날아가야 한다고. 엠게임이 이탈리아에 수출한 온라인게임 ‘소마신화전기’가 서비스중이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친구들을 만날 땐 무엇보다 구두가 깨끗해야 해요. 그 친구들은 구두가 더러우면 질색을 하고, 만나주지도 않는다니까요.” 그는 로마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웃음을 잊지 않았다.

# 1년중 280일은 출장중

2년6개월 만에 다시 만난 그는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E3를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날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역마살은 여전했다.

“올들어 딸을 본 날이 9일밖에 안된다니까요. 대구 부모님댁에 딸을 맡겨 만나기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에요.”

1년중 280일 정도는 해외나 비행기에서 보낸다는 그는 2년6개월 전이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만 당시 여자친구가 그의 아내가 된 것이 변화라면 가장 큰 변화였다.

현재 엠게임이 진출한 국가는 12개. 많은 경우에는 일주일에 2∼3개 국가를 돌아다닐 때도 있다.

“보통 수출계약만 하면 해외 비즈니스는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오산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 파트너와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죠. 해외 출장이 잦아질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트리거소프트시절 PC게임 수출부터 해외 비즈니스의 잔뼈가 굵은 그는 해외 파트너와 한번 관계를 가지면 오랜 친구로 만드는 것이 특기다. 중국, 대만 등 몇몇 나라에는 그가 해외마케팅을 시작한 이후 6년간 꾸준히 관계를 맺어온 파트너들도 있다. 해외 비즈니스는 당장의 돈벌이보다 회사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철칙 때문이다.

“이제 어디를 가든 휴대폰만 있으면 굶어죽지는 않는다니까요. 휴대폰에 나라마다 저장된 친구들이 수두룩하니까요. 전화 한통화면 달려나올 친구들이에요.”

# 600만불의 사나이

최 실장은 해외사업전략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트리거소프트 시절 PC게임 ‘퇴마전설’을 미국 유통시장에서 108위까지 끌어올리면서 막연하게 다짐했던 꿈이다. 다양한 온라인게임 라인업을 갖춘 엠게임에서 해외사업팀을 이끌면서 자신감도 붙은 상태다.

“엠게임의 해외 비즈니스는 컨설팅 개념이 포함돼 있어요. 해외 파트너를 만나면 먼저 그 회사의 경영을 진단해주죠. 그 나라 게임시장 현황과 전망도 그려줘요. 그리고 파트너십을 체결하면 현지화를 위해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 받는 비즈니스가 이어지죠.”

그가 12개국에 론칭한 게임들이 하나도 실패하지 않은 이유도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OECD 정기회의에서 한국 대표로 세계 온라인게임시장 현황과 전망을 기조 발표하기도 했다. E3 기간엔 미국내 영국대사관에서 아시아지역 온라인게임 현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해외 비즈니스는 정보싸움이에요. 국내 게임업체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E3만 해도 그래요. 진짜 비즈니스는 E3전에 거의 완료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국내 업체들은 전시부스를 만들면 바이어들이 알아서 찾아올 것거라고 착각해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만나는 수밖에 없다는 그는 “국내 업체들이 눈앞에 보이는 계약금보다 향후 10년을 바라보며 파트너십을 가꿔나갈 것”을 제안했다.

올해 수출계약만 600만달러를 체결한 그는 목표치인 1000만달러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엠게임이 이처럼 해외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쌓아온 파트너들과의 신뢰가 주효했다고 강조한다.

“세계는 넓고 할일은 정말 많아요. 이제 불모지인 러시아에도 한번 도전할까 생각중이에요.”

인터뷰 다음날 다시 비행기에 오른다는 그는 “엠게임이 해외 비즈니스만은 국내 최강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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