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기자의 스타크래프트 고수에게 배운다]테란(상)임요환 편

자타가 공인하는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에게 ‘스타크래프트’를 한수 배우기 위해 찾아갔다. 과연 명불허전. 그의 실력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음을 뼈져리게 실감했다(그게 당연하다). 임 선수는 전략과 빌드오더의 차이를 지적하며 오로지 연습만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 선수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SK텔레콤 T1의 숙소를 찾은 시각은 밤 10시. 경기를 막 마치고 그날의 경기를 분석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임 선수는 경기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연습에 몰두해 있었다. 저녁 식사도 거른 채 열중하느라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기자의 설명을 들은 주훈 감독과 임 선수는 흔쾌히 도전에 응해주었다.

“자, 그럼 어떤 맵으로 하시겠습니까?”

“헌터스요.”

순간 연습실내로 조용히 퍼지는 웃음. 주훈 감독은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맵이라며 미소 지었다. 헌터스 맵은 공식 경기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리그나 대회에서는 국내에서 직접 창작한 것으로 사용한지 오래됐다.

방송 중계를 위해서도 그렇고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이란게 종이 한장 차이인지라, 기존의 맵들은 위치에 따라 유리하거나 불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자가 가장 자신있는 맵이 헌터스였던 이유도 한 몫했다.

긴장된 순간, 카운터가 떨어지고 나도 모르게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면서 단 한번도 떨린 적이 없었으나 국내 최고수와 맞이하는 순간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 공격은 한 번 해야지.’

사실 이게 목표였다.초반 빌드오더는 다를게 없다. SCV로 초반 정찰을 실시하며 마린을 계속 생산했다.

마린으로는 사실 어림도 없다. 테란이 주종족인 프로게이머들은 메카닉 유니트로만 승부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정찰을 해 상대방을 찾아내고 마린으로 기습 공격을 하는 것이 작전이었다.

곧 임 선수의 본진을 찾을 수 있었다. 1시 방향에 위치한 임 선수는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고 별다른 공격 유니트가 보이지 않았다. 기회는 이때. 모아둔 6명의 마린을 1시 방향으로 진격시켰다.

‘앗싸리∼, 잘 하면 이길수도 있겠는걸?’

6명의 마린 특공대가 임 선수 기지 입구에 도착, 테란의 서플라이 디폿에 총질을 시작했다. 역시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임 선수. 전략이 성공한 듯이 보였고 기자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러다 임요환 선수 이기는 거 아냐?’ 의구심과 환희가 교차하는 순간, 입구를 막았던 임요환 선수의 배럭이 공중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벌처가 한 대 나왔고 그 뒤에는 탱크가 보였다. 용감한 우리의 마린 특공대는 벌처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했다. 그러자 임요환 선수는 한 대의 벌처로 치고 빠지는 공격을 펼쳤다. 한번 공격을 하고 뒤로 빠지고 또 한번 공격을 하고 뒤로 빠지면서 마린의 총질에 단 한번도 맞지 않는 신기를 보여줬다.

“세상에 저런 컨트롤이 가능하단 말야?”

결국 우리의 마린들은 모두 전멸당하고 말았다. 작전을 급히 바꿔야 했다. 초반 기습이 실패로 돌아갔고 임 선수는 메카닉 유니트 조합으로 진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중 유니트가 필요했다. 그리고 동시에 멀티 기지를 만들기 위해 SCV를 다른 지역으로 보냈다. 하지만 어느 새 벌처가 길목을 지키고 있었고 SCV는 비명횡사.

그 후부터는 베이스 기지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입구를 막기 위해 벙크를 짓고 마린을 계속해서 생산했다. 하지만 잠시 후 벌처 5대와 탱크 3대가 진지를 짓밟으며 쳐들어 왔다. 벙커는 완성됐으나 마린이 미처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었다.

임 선수는 이를 눈치채고 곧바로 코맨더 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SCV를 사살하기 시작했다. 승패는 이미 결정났고 기자는 GG를 쳤다. 그리고 공중으로 모든 건물들을 띄워 도망가기 시작했다.하지만 임 선수는 도망가는 건물들을 끈질지게 쫓아왔고 심지어는 전투기인 레이스까지 날아와 파괴에 열중했다.

“아니, 뭘 그렇게 열심히 해요. 살살 좀 하시지.”

보다 못해 기자가 한 마디 던졌다. 하지만 임 선수는 게임에 열중하느라 전혀 듣지 못했고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주훈 감독이 ‘원래 연습을 실전처럼 하기 때문에 적당히하는 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처참하게 패배한 기자. 당연한 결과였지만 은근히 약이 올랐다. 경기가 끝나고 임 선수에게 리플레이 화면을 보며 가르침을 부탁했다. 경기에 몰두한 임 선수는 말을 걸기가 힘들 정도로 무섭지만 플레이를 마치면 말이 없고 착한 소년으로 돌아간다.

임 선수가 지적한 것은 바로 마린이었다. 마린으로 플레이하기 보다는 벌처와 탱크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 초반 기습 공격은 좋았지만 그 시간에 벌처도 생산이 되기 때문에 충분한 방어와 공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초반에 전략이 잘못 세워져 변변한 전투도 없이 게임이 끝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어차피 프로게이머들 수준의 콘트롤은 연습을 많이 해야하는 겁니다. 그것보다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본진을 방어하는 방법도 너무 어중간하다고 말했다. 막을려면 확실히 막든지 아니면 입구를 열고 공격에 공격을 가하는 전략을 해야하는데 공격도 하고 벙커도 만들면서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임 선수는 시범으로 키보드와 마우스 움직임을 보여줬는데 엄청난 스피드와 정확성에 정신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 정도 경지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임 선수의 배웅을 뒤로 하고 숙소를 나오면서 생전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 쇼크를 받았음을 느꼈다.

게임의 실력 차이가 이렇게나 벌어질 수 있다는 것과 방송에서 보는 것처럼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름대로 실력있다고 인정받았던 기자는 은근히 화가 났다. ‘그래, 좋다. 다음엔 다를 것이다.’

다음 주는 최연성 선수와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는 바, 독자 여러분들이어! 일주일 동안 맹연습을 통해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리라.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