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모태펀드` 운용 주체 촉각

문화부, 2700억원 출자 전격 결정

정부가 중소·벤처 산업 육성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1조원 모태펀드 조성 계획이 문화관광부의 자금 출자 결정으로 재원 조성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펀드 운용을 위해 문화부와 중소기업청이 독자적인 기금운영위원회 구성을 검토중이어서 펀드 운용 주체를 둘러싼 부처 간 힘겨루기 싸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문화부가 2700억원 규모의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중기청이 추진해온 1조원 모태펀드에 출자키로 하면서 펀드 운용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문화부가 중기청과는 별도로 출자에 따른 전담 투자관리기구 설립을 검토하고 있어 자칫 부처 간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될 우려를 낳고 있다.

 ◇문화부, 모태펀드 계획 수정=문화부는 올 초 문화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중기청과는 별도로 1조원 규모의 문화산업 육성 모태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예산처의 반대에 부딪혀 문화부는 기존 문화산업기금 잔여 재원인 2700억원을 중기청 주도의 모태 펀드에 출자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중기청은 중진공의 중소기업진흥기금 및 산업기반기금 가운데 회수 예정인 출연금 6000억원을 포함해 최소한 8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

 ◇‘한 지붕 두 가족’ 펀드=문화부의 이 같은 출자 결정은 1조원 모태펀드 재원 조성에 상당한 ‘단비’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운용 주도권을 놓고 중기청과 문화부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기관에서 별도의 투자관리기구 설립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청은 지난 달 모태펀드운용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내달 출범 예정인 투자관리기관에 출자심의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문화부 역시 기금 출자에 따른 각종 문화산업 관련 펀드의 투자를 심의하고 결정할 기구로 문화산업위원회(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모태펀드 운용 주체는 2개 기구로 나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간 장벽에 막혀 출자자들의 탄력적인 재원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향후 과제=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산처는 현재 1조원 재원 조성을 위해 문화부는 물론이고 각 부처의 중소·벤처 투자 재원과 기금을 끌어모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화부처럼 재원 출자에 따른 투자 관리 운용권을 요구하지 말란 법은 없다. 벌써부터 일부 부처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 조율하지 않으면 펀드 운용을 놓고 부처간 ‘밥 그릇’ 싸움으로까지 번질 개연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아직 운용 주체를 놓고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타 부처에서 공식적으로 요청이 들어온다면 적극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상희·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hkwon·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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