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사법부가 변하고 있다. 대법원 스스로 재판에 전자문서를 허용하는 법률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또 이를 낮은 단위의 소송이지만 실제 재판에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전자법정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대법원의 전자법정 구현 의지는 향후 도래할 유비쿼터스 시대의 법적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궁극적으로 대국민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배심원 제도 도입이나 통합형사 사법체계 등 이후 변화되는 사법 환경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자문서, 재판에서 허용된다=9월 정기 국회에 상정될 ‘재판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은 재판 과정에서 전자문서를 기존 서류와 동일하게 인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행정부는 이미 전자정부법·전자서명법·전자거래기본법 등 3대 법안을 만들어 온라인상 문서 유통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와 독립돼 있는 사법부는 조건상 이 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
지난해부터 법률 제정을 적극 추진해 온 대법원은 “각종 소송법은 전자문서를 고려하지 않은 종이에 기반을 둔 법률이므로, 이를 일일이 개정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소송 절차에서 전자문서 개념과 이용방법에 관한 법률 근거가 필요하다”고 특별법 제정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법률이 제정되면 각종 소 제기를 인터넷으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송달을 e메일로 전달하는 등 재판 진행 과정에 필요한 법원과 이해 당사자 간 의사소통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질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9월 법률 통과에 대비, 시행규칙을 80% 이상 만든 상태다.
◇재판도 대국민 서비스다=대법원은 전자법정을 소송 형태의 재판에 우선 적용, 구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독촉절차(지급명령)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
대법원은 당사자들이 법원에 직접 출두하지 않는 독촉절차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제증명 발급 관련, 소액 사건, 부동산 경매 그리고 궁극적으로 형사공판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법원 측은 “경매만 보더라도 전자입찰 방식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등 법원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며 “궁극적으로 재판도 대국민 서비스의 하나라고 보면 더 효율적인 방식을 도입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사법개혁과 무관치 않다=전자법정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법개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만약 배심원 제도가 도입될 경우 재판은 기록에 근거하기보다는 재판장 현장 중심으로 옮겨진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레’로 밀 정도 분량의 수사기록을 배심원들이 모두 읽을 수 없고, 결국 실제 재판정의 상황을 실시간 기록하고 동영상으로 처리해 재판 과정을 면밀히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데 전자법정 구현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슷한 사건에 너무 다른 형량을 선고하는 데 따라 발생하는 논란도 전자법정 구현의 한 축인 사법행정업무 정보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물론 소송의 경우 법적으로 규정해 놓은 엄격한 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관련 행위들이 전자적으로 처리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돌출변수의 대안은 마련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전달된 문서를 받지 못해 정해진 시간 내에 대응을 하지 못한다거나, 시스템 오류나 해킹 등으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만큼 엄격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7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8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9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
10
권성동, 우원식에 “인민재판” 항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 성립으로 단정”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