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피하고 있는 가운데 중견 전자 부품·소재업체들이 공격적 경영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300억∼4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설비를 증설하거나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인데, 부품·소재업체들이 막대한 금액을 금융권 차입방식으로 마련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점이 특징이다. 이는 대다수 기업이 소극적 경영에 나서는 것과는 대비되는 일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어려울 때 투자하라는 말처럼 우리 제조업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부품·소재기업들이 공격적 경영에 나서는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우선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데 활력소가 될 수 있다. 1분기에도 경제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기업들이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부품·소재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늘리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 당장 취업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더욱이 중소 부품·소재업체들의 공격적 경영은 해당 기업들이 확고한 비전과 구체적인 사업 전략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 업체는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에 비해 시장경쟁과 기술개발 등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도 기술개발과 품질향상 등으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광전자는 300억원을 마련, 전북 익산에 전계효과트랜지스터(MOSFET) 공장을 짓기로 했고 LCD 재료업체인 네패스는 135억원의 자금을 조달, 충북 오창에 2공장을 짓는다고 한다. LG마이크론은 400억원을 들여 현재 개발중인 신규 디스플레이 재료를 생산할 3공장에 투자할 계획이며, 휴대폰 케이스업체인 재영솔루텍은 휴대폰용 렌즈 사업에 새로 진출하기 위해 72억원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소재업체인 아이컴포넌트는 100억원을 투자해 경기 평택에 휴대폰 윈도용 첨단 광학소재인 PMMA 생산 공장을 건립했다고 한다.
이들 부품·소재업체는 대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10년까지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핵심 부품·소재 공급기지로 만들기 위해 향후 5년간 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부품·소재가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하루라도 빨리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우선 선진국과의 부품·소재 경쟁력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부품·소재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제조업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부품·소재기업에 대해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완화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우리가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앞설 수 있는 분야를 중점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그리고 품질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기술력을 확보해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고 설비투자를 해야 고부가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이런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부품·소재업체들이 영세성을 벗어날 수 있고 연구개발(R&D) 투자도 늘릴 수 있다.
경기가 호전돼도 부품·소재기업의 기술력이 떨어지거나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면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은 향상될 수 없다. 이번 중견 전자 부품·소재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부품·소재산업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품·소재업체들의 이런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품질과 가격 면에서 외산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면 국내 기업들이 국산 부품을 적극 구매해야 한다. 이런 것이 이루어질 때 부품·소재업체들이 공격적 경영에 나설 수 있고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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